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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an 13. 2024

#_나의 철없는 에고(ego)

나는 철이 없다. 좋은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고, 나쁜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좋은 의미로는 늘 젊은 생각으로 산다는 것이고, 나쁜 의미로는 세상에 여전히 잘 적응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40대 중반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마음은 20대나 30대의 마음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이러다 평생 철없이 살다가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반 기대반이다.


이런 나의 철없는 에고를 데리고 산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전히 내가 제일 어렵다.


프로이트는 자아(ego)를 리비도(libido)의 저장고인 원초아(id)와 이상적이고 정신적인 초자아(superego)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며, 외적인 존재와 마음속 존재를 구별하는 능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서 충동적이고 원초적인 욕망(이드, id)과 도덕적이고 이상적인 정신상태(초자아, super ego) 사이에 자아(ego)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수십 년간 나 자신을 관찰해 본 바 나는 이드와 초자아 사이의 갭이 큰 사람이라는 점,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초자아가 잘 발달해 있다는 점, 자아의 여러 가지 모습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운 좋게도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이었던 친구가 커서 정신과 전문의가 되어준 덕분에 이런 분석은 그 친구와의 깊은 대화를 통해 여러 번 확인된 바 있다.


글을 쓰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초자아와 이드의 갭이 큰 게 아니라, 초자아가 강하게 형성되는 과정에서 여러 욕망들이 억제되었고, 그렇기에 내재된 욕망의 분출강도가 보다 강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반대로 나의 초자아는 내 삶을 가장 나답게 만들어 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흔히 '그분'이 오셨다고 말하는데, 내면의 목소리라고 해도 좋고, 자연의 섭리나 신의 뜻이라고 해도 좋겠다. 어떤 계기를 통해 '각성'상태(초자아가 나의 의식과 행동을 지배하는 상태)가 되면 내 삶에 더 유익하고 필요한 일들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게 한다.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아마도 내 인생은 엉망진창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평소에 많은 시간을 억눌려왔던 이드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 특정한 동기(트리거)에 의해 다양한 욕구를 강하게 어필한다. 나의 경우 대체로 식욕과 소유욕 등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사실 이드가 항상 억눌려있는 건 아니다. 쉽게 표현하자니 그렇게 설명한 것이지, 이드는 충동적 에너지 그 자체이기도 하므로 좋은 습관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일을 추진할 때도 중요한 원천이 된다. 다만 그 에너지를 스스로 100%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나 스스로 어떻게 내 삶을 만들어갈 것인지 생각하고, 그에 필요한 일과 습관들을 만들어가면서 길을 닦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로 5일째 새벽독서를 하고 있는데,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었는데, 지난 5일은 이상하리만치 쉽게 일어나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아침에 일찍 일어나긴 해도 잠드는 시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점점 수면부족현상이 나타났고, 자연스럽게 더 일찍 자게 되는 상황이 연출되는 중이다. 낮에 책을 보다가 조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인데, 이번주는 그런 일들이 생긴 건 당연히 수면부족이 원인일 거다. 3~5시간만 잤으니 당연한 일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은 슈퍼에고의 생각이다.

늦잠 자고 싶다는 욕망은 이드의 충동이다.

에고는 이 둘 사이에서 갈등하며 매 순간 행동을 선택한다.

그런 선택이 삶을 이룬다.


변화는 천천히 오지만, 감정은 수시로 변한다.


변화가 어려운 이유는 천천히 오기 때문이다.

변화는 천천히 오지만, 감정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감정이나 1차적 욕구에 충실하다 보면 변화를 지속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둘 사이의 차이(갭, gap)를 충분히 이해하고 컨트롤해야 지속적인 변화가 가능해지진다.


좋은 습관은 나의 감정을 더 좋은 상태로 유지시켜 주고, 나의 욕망을 더 건설적인 일에 쓸 수 있게 도와준다.

우리가 좋은 습관을 만들려고 애쓰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다.

특히 나처럼 즉흥적이고,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에겐 더더욱 좋은 습관이 절실하다. 좋은 습관과 태도를 통해 좋은 삶의 무대를 만들어 놓기만 한다면, 그런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성향들은 매우 매력적인 무대 위 주인공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내일은 아침 모임은 없지만, 나는 동일한 패턴으로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나의 철없는 에고가 그 한 번의 변수에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 그것마저 미리 알고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예전보다는 좀 더 성숙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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