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친구들은 다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했는데, 저는 어린 게 좋았습니다. 성숙하게도 어린 게 더 좋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20대 후반 무렵이 되자, 친구들은 곧 있으면 서른이라며 이제 늙었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저는 오히려 30대가 기다려졌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조금 더 내 인생에 책임을 지는 일임과 동시에 보다 자유로워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30대에 접어들어 중고차를 하나 구입하면서 공간적으로도 자유로워졌고,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훨씬 더 자유로워졌습니다.
하지만 30대 중반부터 다가올 40대의 내가 상상이 되질 않았습니다. 30살에 억대연봉을 달성했고 일은 잘됐지만, 그 이후로 점점 내 삶은 작아져만 갔습니다. 아마 내가 꿈꾸던 삶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게 화려하게 시작했던 30대는 숱한 방황과 실패로 얼룩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정체된 시간을 보내고 마흔을 눈앞에 두고서야 비로소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전까지 10년 넘게 하던 일을 그만두고 완전히 새로운 일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정작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한다고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잘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잘되는 게 이상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바닥에서부터 다시 치열하게 공부하고, 사색하고, 내 삶을 탐색해 나갔습니다. 새로운 일을 도전하고, 이제까지 하지 않았던 일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시간 책을 읽었습니다. 책은 나의 최고의 스승이 되어 주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읽은 책이 쌓여가고, 하나 둘 남긴 글이 많아졌습니다.
삶에 대한 고민은 멈춰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던 건 그저 나 자신이 너무나 어리석었기 때문임을 발견했습니다.
한없이 교만했던 30대 초반의 나도 한없이 초라했던 30대 후반의 나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 오래도록 무지했던 시간들을 건너 이제는 조금씩 천천히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