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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an 23. 2024

#_깨어진 곳이 더 찬란해진다

킨츠기 기법과 인생의 상처

며칠 전 냉동실에서 식재료를 꺼내다가 플라스틱 용기 모서리에 오른손을 긁혀서 상처가 났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순간 놀랬지만, 자세히 보니 살갗이 조금 벗겨지고 피가 나해도 그리 깊거나 심한 상처는 아니었습니다. 손씼을 때마다 며칠 따끔거리긴 하겠지만, 금방 아물 상처라는 걸 압니다.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어떤 상처는 쉽게 아물어 기억조자 나지 않는 것도 있지만, 또 어떤 상처는 제법 크게 생겨서 흉터로 남기도 합니다. 저는 왼쪽 검지 손가락을 어린 시절 크게 벤 적이 있었는데요. 아마 그 당시 좋아하는 조립 로봇을 조금 더 깔끔하게 해 보겠다고 칼로 다듬다가 생긴 상처였고, 35년이 넘은 옛날이야기지만, 여전히 손에 흉터가 남아있는 탓에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일본에는 도자기를 수선하는 방법 중에 킨츠기 기법이라는 게 있습니다.

킨츠기는 일본 모모야마 시대에 탄생한 전통 공예 기법으로, 깨진 기물(도자기)을  옻으로 결합한 뒤 금분이나 은분 등으로 장식하여 수선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킨은 금(金)을 뜻하고, 츠기는 '잇는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깨어지거나 금이 간 도자기를 오히려 이어 붙이면서 오히려 그 흔적을 아름다움으로 승화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https://esprit-kintsugi.com



우리 인생에도 깨져서 마치 쓸모없어 보이는 시간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마음의 상처가 심해 흉터처럼 남아있는 것이 있을 수도 있고, 나를 지키고자 방어기제가 발동하여 기억에서 지워진 무의식의 상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킨츠기 기법처럼 정성껏 잘 이어 붙이고, 이어진 자국을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 삶에서 내가 깨어진 수많은 시간들, 그 아픔들은 더 나은 창조를 위한 재료가 됩니다.

상처에서 새살이 돋아나듯, 우리는 아픔을 통해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근섬유에 상처가 나고 그곳이 채워지면서 근육이 더 단단해지듯이, 우리 삶도 그럴 겁니다.

언뜻 보면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없이 많은, 깨진 자국들이 보입니다.

우리는 그 아픔의 흔적들을 이제 내 삶의 가장 아름다운 무늬로 탈바꿈하기로 마음먹을 수 있고, 실천할 수 있습니다.


결점이 작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심점이 된다. 물리적으로나 미학적으로나 강력한 포인트가 된다. 흉터가 작품의 과거를 기록하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당신의 결점은 이제 더 이상 결점이 아닙니다. 당신은 그것을 통해 훨씬 더 성숙하고 아름다운 삶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 오늘 문장은 릭 루빈의 <창조적 행위 : 존재의 방식>에서 발췌하였습니다.

* 킨츠기 기법에 대한 정의는 두산백과 두피디아를 참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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