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두 번의 실수에서 배운 교훈
고향이 부산이라 종종 부산에 갈 일이 있다. 그 때마다 늘 고속버스를 타고 가는 걸 좋아한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부산 노포동까지 4시간 15분정도 걸린다. 휴게소에 들렀다가는 시간을 빼면 4시간동안의 절대시간이 확보되는 셈이다. 왕복으로 치면 8시간. 이 시간에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보고 싶었던 영화도 보고, 듣고 싶었던 음악도 듣는다. 이런 호사가 없다. 언제든지 고개만 돌리면 차창 밖으로 풍경이 스쳐간다.
얼마 전에 또 다시 부산에 갈 일이 생겼다. 할머님께서 수술을 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원래 일정과 달리 일찍 출발해야 했다. 전날 버스를 취소하고 비행기를 예약했다. 신논현에서 9호선 공항행 첫차(5:30)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서 7시 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갔다. 할머니 병문안 가고, 막내삼촌과 책이야기를 나누고, 친한 작가님을 만나며 이렇게 1박 2일 일정은 훌쩍 지나갔다. 다음날은 서울에서 일정이 있어 호텔에서 공항으로 일찌감치 이동했다. 2시 30분 비행기였다. 1시 50분쯤 공항에 도착해 자동발권기에서 발권을 받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여러번 다시해봐도 내 티켓이 조회가 안되는거였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항공사 부스로 가서 직접 문의를 했다.
“저 고객님 조회를 해보니 오늘 날짜로 예약하신 티켓은 김포에서 김해로 오는 티켓입니다. 아무래도 취소하시고 다시 예약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곰곰 생각해보니 한 번에 왕복 티켓을 예약하지 않고 올라올 때는 상황 봐서 버스를 타고 오려는 생각에 뒤늦게 예약을 하면서 출발지와 도착지를 뒤바꾸는 실수를 했던 것이다. 10년 전 오사카에서 공항을 착각한 이후 최대의 공항실수였다. 어쩌겠나, 이미 실수는 했고, 나는 일정을 2시간 연기하고 3시 45분 비행기를 간신히 예매해서 서울로 올라왔다.
10년 전 오사카에서도 비슷했다. 오사카 여행을 가본 분들은 알겠지만, 오사카에는 간사이 공항과 오사카 공항이 있다. 마치 인천공항과 김포공항같은 느낌이랄까? 이 느낌이 문제였다. 도쿄로 가서 3일, 야간버스로 오사카로 건너와서 다시 3일 이렇게 일주일간 여행한 코스였다. 마지막 날 2시간이나 여유있게 공항으로 갔건만, 아무리 찾아도 김포로 가는 비행기편이 없는 거다. 알고 보니 내가 타야하는 비행기는 간사이공항에서 타야하는데 내가 오사카 공항으로 온 거였다. 가장 빠른 직행버스를 타고 다시 간사이공항으로 이동했지만, 버스 도착 30분전에 내가 타야하는 비행기는 이미 내가 탄 버스 뒤를 유유히 날아가고 있었다.
이 두 번의 실수에는 아주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출발지가 다르면 아무리 빠른 방법이 있어도 써먹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 역시 그런 게 아니었을까 돌아본다.
여행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어디로 가는지가 아니라,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지다. 지도에서 목적지를 알아도 내가 서있는 곳을 모르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늘 멀리 내다보는 것을 좋아했다. 책을 읽고 생각을 하며 세상이 흘러가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또 살아가면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도 알게 되었다.
문제는 늘 내가 어디 있는지 자꾸 잊어버린다는 점이다. 지금 내가 서있는 곳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아무리 빠른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런 방법은 오히려 시간만 허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