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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Mar 05. 2024

#_'글쓰기'라는 '빨래'

오늘도 빨래를 해야겠어요.

1년 동안 매일 쓰자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습관이 되어서인지 이제는 매일 무언가를 쓰지 않으면 아쉽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나를 만나는 일이고, 매일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매일 글을 쓴다고 해서 글쓰기가 쉬워진 건 아닙니다. 오히려 한없이 가벼운 내 문장을 보며 한숨을 짓기도 하고, 그러는 와중에 종종 쓰게 되는 의미 있는 문장에 뿌듯해하기도 합니다.


글을 쓰고 싶어 하지만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안에 글쓰기를 가로막는 에고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고는 나의 내면 바깥으로 나가길 두려워합니다. 누군가 내 글로 나를 판단할까 봐 두렵습니다. 글을 써서 나의 못난 모습만 보이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그런 에고는 끊임없이 나를 과거에 머물게 합니다. 더 나은 나로 나아가지 못하게 방해합니다. 어쩌면 더 나은 내가 되어 버리면, 못난 자신은 설 자리가 없어질까 두려워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글쓰기 습관이 무엇인가?라고 물어본다면,

그저 매일 일정량의 글을 타이핑하는 행위가 아니라, 매일 이전에 나를 넘어서는 일입니다.

마치 빨래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 속에 입고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옷들이 널브러져 있는데, 그 마음속의 옷들을 하나하나 빨아서 양지바른 곳에 널어두는 일입니다.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내 마음이 깨끗이 씻기고, 종이 위에(혹은 브런치나 블로그에) 말려둔 그 마음들이 보송하게 마르면 언제든 다시 입을 수 있도록 개어 놓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빨래가 너무 많으니까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또 조금 빨아서 널고 개어봐도 딱히 나아지는 느낌도 받지 못하는 것이죠. 그런데 매일 빨래를 하다 보면 정리가 됨을 느낍니다. 내가 그동안 어떤 옷을 입었는지도 알게 되고, 앞으로 어떤 옷을 입고 싶은지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글로 내 마음을 꺼내놓는 과정을 통해서 널브러진 옷들이 정리되면서 방이 깔끔해지는 것처럼 내 삶도 정리되기 시작합니다.


무언가로 어지럽게 뒤덮여 있을 때는 아주 쉬운 것도 찾기 어렵지만, 깨끗이 정리정돈된 방에서는 언제든 내가 원하는 걸 쉽게 찾을 수 있잖아요.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내 마음의 방에서 쉽게 내가 원하는 것들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 나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 모습은 당신의 에고가 걱정하는 그런 초라한 모습이 아닙니다. 

분명 이제껏 본적 없는 최고의 나를 만나게 될 겁니다.

글쓰기가 그런 겁니다. 끊임없이 나의 한계를 넓혀가는 일이기 때문에 이전에 본 적 없는 나를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거나 행운을 바라거나 부족한 것에 집중하지 않게 될 겁니다.

대신 누군가를 내가 도울 순 없을지, 누군가에게 내가 행운이 되어줄 순 없을지, 나의 넘치는 기쁨과 사랑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하루 이틀만 지나도 집에 빨랫감이 가득해집니다.

우리 마음도 비슷해서 불과 며칠 전에 행복에 겨웠다가도, 금세 풀이 죽고 자신감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마음속에 널브러진 생각의 옷들을 빨래할 시간입니다.


오늘도 브런치에 곱게 널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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