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엉뚱하게 '착각'하지 말 것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 중에 하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것일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반드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다만, 이 말의 무게에 대해서만큼은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로 나눠서 설명해 볼까 합니다.
1.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불편함을 감수한다는 뜻입니다.
2.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끊임없이 성장하겠다는 뜻입니다.
3.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사람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나눠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뜻입니다.
4.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내가 가장 바라는 삶으로 가는 길을 선택하는 일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아하는 일의 특징 4가지입니다. 언뜻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실 수 있는데요.
천천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그저 편안하게 놀고먹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여행이 너무 좋으니까 '여행하면서 돈 벌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를 살펴볼게요.
바쁘게 일하다가 휴가를 내고 여행을 가면 너무 좋죠. 그런데 그때 여행이 좋은 이유는 아마도 일을 하지 않고 꿀맛 같은 휴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거예요. 그런데 단순히 '여행이 좋으니까 나는 여행유튜버가 되겠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건 매우 성급한 판단이 될 수 있습니다. 막상 유튜버가 되어서 여행 다니면서 사진 찍고, 영상 촬영하고 편집하고 하는 일을 하다 보면 금방 지칠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처음엔 대부분 반응도 없을 테고요.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라면 아직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전혀 감을 잡고 있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애당초 여행 그 자체는 직업이 아닙니다. 만약 여행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싶다면 아마 이런 사람이어야 할 것 같아요. 여행을 통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나라의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음식, 새로운 체험을 하도록 돕는 일이 너무 보람되고 행복한 사람. 그래서 여행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어떤 일을 하든 분명 의미 있는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여행사를 하든, 여행유튜버가 되든, 가이드가 되든, 여행책을 쓰든 말이죠. 하는 일이 무엇이 되었던 자신이 추구하는 본질적인 보람을 얻을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러니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다면, 그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내가 불편함을 얼마나 감수하고 있는지를 보면 됩니다. 만약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불편함이 해소되는 일이라서 좋아하고 있다면, 그건 직업으로써 '좋아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저 편해서 좋은 것이죠.
예컨대 저는 책을 좋아해서 책방을 하고, 독서강의도 하고 있는데요. 책방을 한다고 해서 수익이 나기보다는 번거로운 일이 훨씬 많았고, 독서강의 역시 초반에는 공부하고 준비하는 시간에 비해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이 너무나 적었습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시간을 벌어서 그 돈과 시간으로 책과 관련된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수천 권의 책을 사서 보기도 하고, 책 읽기 좋은 도서관이나 북카페를 다니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무료강의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보니 알겠더라고요. 저는 단순히 책을 좋아했던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책의 가치를 전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요.
책을 통해 내가 성장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인사이트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고, 그걸 더 효과적으로 전하는 일이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처럼 좋아하는 일은 한다는 건, 편하고 즐거운 일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다소 불편하고 당장 나에게 어떤 이익이 없더라도 그것을 감수할 만큼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불편을 감수할 만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일이 가치 있다는 걸 스스로 먼저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요리로 성공하신 분들을 보면 사람들이 자신이 한 요리를 맛있게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런 모습에서 삶의 보람과 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에 비록 몸은 피곤하고 힘들어도 더 좋은 재료를 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더 좋은 서비스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이죠. 편하게 식당만 차리면 금방 부자가 될 거라는 식으로 간편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줄 수 있는 구체적인 가치에 집중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더욱더 성장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일의 가치를 더 높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겁니다. 그래야 내가 느끼는 보람과 행복도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내가 만드는 요리가 점점 더 맛있어지고, 사람들이 좋아하게 될수록, 그 일을 통해 사람들이 받게 되는 기쁨의 크기가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내 일의 가치 역시 높아지게 됩니다. 그때부터가 링에 올라가는 시점입니다.
내 일의 가치가 높아졌다고 해서 바로 수익으로 연결되거나 유명해지지 않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조금 더 전문적인 고민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서 그 일을 통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되는 시점에서야 비로소 승부수를 띄워볼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두 번째로 착각하는 부분이 이 지점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심지어 잘하기까지 해서 주변사람들이나 초창기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수준이 되었을 때 왜 자신은 이렇게 뛰어난데, 세상은 나를 알아봐 주지 않는지 원망하거나 조급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덴마크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치약이 뭔지 아시나요? 물론 저도 모릅니다. 흠흠
왜 덴마크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치약인데 우리는 사용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우리나라에는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리스테린'이라는 브랜드는 어떤가요? '가그린'만 있던 구강청정제 시장에서 언젠가부터 많이 보이는 제품 아닌가요? 사실은 리스테린은 존슨앤존스사에서 1881년에 출시된 브랜드로 세계시장에서는 가장 유명하고 많이 팔리는 제품이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동아제약에서 나온 가그린이 훨씬 더 많이 알려져 있고, 실제로 시장점유율도 부동의 1위죠. 가그린이 리스테린보다 더 성능이 뛰어나서 일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더 많이 알려져 있고, 더 친숙하기 때문에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것일 뿐이죠.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똑같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단계에 이르고, 지속해서 그 가치를 확장해 나가는 성장프로세스를 밟아나가고 있다면 그다음 단계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를 알려야 합니다. 그때 필요한 것이 마케팅이고, 노출이고, 브랜딩 같은 겁니다. 물론 좋아하는 일도 아니고, 잘하는 일도 아닌데, 마케팅이 잘되어서 수익이 많이 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2가지 문제가 있어요. 우선 오래 지속하기가 어렵습니다. 재미가 없고 즐겁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성장이 정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면 계속해서 그 일을 성장발전시켜 나가는 게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에 일이 잘될수록 더 좋은 성과가 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선순환을 타게 되는데, 그게 안 되는 거죠. 이해하셨나요?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길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목적지까지 빨리 갈 수 있는 최단거리라고 해도 내가 도저히 갈 수 없는 절벽이나 큰 강이 가로막고 있으면 소용이 없잖아요.
조금 돌아가더라도 괜찮습니다. 인생은 목적지까지 누가 더 빨리 도착하는지를 겨루는 시합이 아니라, 출발지에서부터 행복할 수 있는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 성장하고, 그 성장의 결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고, 그 과정이 보람되고 즐겁다면, 이미 그 과정에서부터 당신은 성공한 것입니다. 돈과 명예, 인기 등은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입니다. 때론 넘치게 때론 부족하게 말이죠. 그러나 그런 것들은 어디까지나 내 삶의 목적이 아닌 부산물임을 잊지 마세요.
다시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좋아하는 일은 단순히 편하고 즐거운 일이 아니다.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이야 말로 좋아하는 일이다.
2. 정말 좋아하는 일은 그 일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일이다. 그 일로 돈만 많이 벌 수 있다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면 그건 좋아하는 일이 아니다.
3. 좋아하는 일을 잘하게 되었을 때에 바로 성공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본경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4. 좋아하는 일을 통해 내가 원하는 삶으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때부터는 삶이 시합이 아니라, 여행을 바뀌게 된다.
이미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일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아직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면, 갑자기 일을 그만두거나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시작해 보길 바랍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된다면, 이미 그 일을 위해 많은 불편을 감수하고 있고, 성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