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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pr 09. 2024

#_이해할 수 없는 문장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랑하는 것들

글을 쓰면서 가끔은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을 만나곤 한다.

책에서 읽을 때도 있고, 내가 쓰고도 이해되지 않는 문장도 종종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문장이 오히려 나와 더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삶의 모양이 다르겠지만, 자신의 삶이 쉽고 명쾌한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싶다. 어쩌면 우리는 다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문장을 끌어안고 싶을 때가 있다. 이해할 수 없어서 더 좋은 문장이 있다. 사람도 그렇다. 쉽게 이해되는 사람은 쉽게 끌리지 않는다. 하지만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늘 호기심이 발동한다. 그 사람을 더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만난 지 15년이 되어서야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은 아내가 나에게 그런 상대다. 조금 알겠고, 여전히 더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쉽게 이해된다는 것은 쉽게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을 쉽게 이해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살아오며 통과하는 경험들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그냥 이해되는 상황이나 사람들이 있다. 나의 그 판단이 옳고 그른지는 알지 못하지만, 다른 식으로 해석이 어렵고 바로 쉽게 결론이 나버려서 판단이 돼버리는 사람이나 행동이 있는 것이다. 

그런 판단이 잘 들어맞을 때가 많다. 나이가 들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날수록 정확도는 높아진다.

임상적 통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경계할 일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늘 그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니까.

사람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풀기 힘든 오해가 시작된다.

이제는 이해하려 애쓰기보다는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있는 그대로를 품어 보려 애쓴다.

그러려면 눈에 보이는 대로 판단하려 하는 마음을 자꾸 잡아 세워야 하고, 내 마음의 공간도 더 넉넉히 늘려야 하지만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요즘 나 자신이 종종 이해하기 힘든 문장일 때가 많다. 

그런 내 모습도 담담히 안아주려 한다. 나라고 나 자신을 다 이해할 수는 없는 법이다.

세상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지만, 

조금만 마음을 달리 먹으면 품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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