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집을 비운 사이 이전에 사두었던 감자에 싹이 났습니다.
잘라내서 먹기도 어려울 만큼 싹이 제법 많이 자라서 딸이 그걸 보고 자기가 한번 키워 보겠다고 말합니다.
딸은 감자가 들어갈만한 작은 통 하나에 물을 담고는 책상 옆에 두고 한동안 감자를 키웠습니다.
생각보다 줄기가 빨리 높게 자라서 잘 키우고 있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화장실 입구 옆 책장 위에다 두었는데, 오늘 밖에 나와있다가 딸과 전화해 보니 감자 키우던 통에서 안 좋은 냄새가 나서 물을 버렸는데,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환기시키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감자화분으로 쓴 통을 살펴보니 딸이 말한 대로 악취가 상당했습니다.
줄기를 자르고, 감자를 버렸는데, 비닐에 꽁꽁 묶어 버렸는데도 냄새가 나고, 심지어 화분으로 썼던 통에서도 냄새가 빠지지 않아서 그것도 같이 버려야 했습니다.
감자를 버리면서 이 녀석은 왜 썩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제대로 뿌리내릴 곳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줄기만 길게 뻗었지, 제대로 잎사귀 하나 온전히 틔우지 못했음을 보게 됩니다.
순간 참 여러 가지 감상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 인생도 이 감자와 똑같은 게 아닐까 하고 말이죠.
나라는 존재가 온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썩는구나.
나 혼자 썩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변에 심한 악취를 풍기게 되는구나.
스스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삶은 결국 나 자신은 물론 내 주변까지도 고통스럽게 하는 결과를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배웁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려면 먼저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쓰러지지 않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더 싱그럽고 아름답게 꽃 피울 수 있습니다.
좋은 삶은 늘 탄탄한 기초에서 비롯됩니다. 더 높이 뻗어 올라가고 싶다면 그만큼 더 깊고 단단하게 뿌리내려야 합니다.
감자가 썩지 않았으면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렇게 오늘도 내 일상은 말없이 저를 가르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