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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pr 23. 2024

#_썩은 감자 이야기

며칠 집을 비운 사이 이전에 사두었던 감자에 싹이 났습니다. 

잘라내서 먹기도 어려울 만큼 싹이 제법 많이 자라서 딸이 그걸 보고 자기가 한번 키워 보겠다고 말합니다.

딸은 감자가 들어갈만한 작은 통 하나에 물을 담고는 책상 옆에 두고 한동안 감자를 키웠습니다.

생각보다 줄기가 빨리 높게 자라서 잘 키우고 있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화장실 입구 옆 책장 위에다 두었는데, 오늘 밖에 나와있다가 딸과 전화해 보니 감자 키우던 통에서 안 좋은 냄새가 나서 물을 버렸는데,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환기시키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감자화분으로 쓴 통을 살펴보니 딸이 말한 대로 악취가 상당했습니다. 

줄기를 자르고, 감자를 버렸는데, 비닐에 꽁꽁 묶어 버렸는데도 냄새가 나고, 심지어 화분으로 썼던 통에서도 냄새가 빠지지 않아서 그것도 같이 버려야 했습니다. 


감자를 버리면서 이 녀석은 왜 썩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제대로 뿌리내릴 곳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줄기만 길게 뻗었지, 제대로 잎사귀 하나 온전히 틔우지 못했음을 보게 됩니다.

순간 참 여러 가지 감상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 인생도 이 감자와 똑같은 게 아닐까 하고 말이죠.


나라는 존재가 온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썩는구나.

나 혼자 썩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변에 심한 악취를 풍기게 되는구나.

스스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삶은 결국 나 자신은 물론 내 주변까지도 고통스럽게 하는 결과를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배웁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려면 먼저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쓰러지지 않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더 싱그럽고 아름답게 꽃 피울 수 있습니다.

좋은 삶은 늘 탄탄한 기초에서 비롯됩니다. 더 높이 뻗어 올라가고 싶다면 그만큼 더 깊고 단단하게 뿌리내려야 합니다. 


감자가 썩지 않았으면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렇게 오늘도 내 일상은 말없이 저를 가르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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