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흑백논리에 빠지지 말 것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입니다.
오늘은 과거에 내가 선택했던 결과입니다.
참 옳은 말입니다. 방금 글을 쓰기 전에 커피를 사 올까 말까 잠시 고민했을 만큼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어떤 선택은 인생의 방향을 크게 바꾸기도 합니다. 그래서 선택은 중요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가끔 '선택은 중요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보니 정작 더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택은 중요하지만 선택만 중요한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과격하게 말하면 많은 경우에 선택 자체는 별로 안 중요합니다.
그 선택 이후의 행동이 중요하죠.
마치 연초에 헬스장을 등록하는 선택과 비슷합니다.
사람들은 좋은 헬스장을 선택하기 위해 여러 군데를 찾아가 보고, 시설이나 가격 등을 비교해서 더 나은 선택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애써서 알아본 헬스장에 정작 몇 번 가지 않는다는 모순적인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건 헬스장을 등록했으니 몸짱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생각일 수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이미 한 선택이 결과적으로 더 좋은 선택이 되도록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조금 더 비싸고 시설은 열악한 헬스장을 등록했더라도, 더 자주 운동하러 가기 위해 집에서 더 가까운 헬스장을 등록하고, 더 자주 운동을 하게 되고, 더 건강하고 좋은 몸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가장 좋은 선택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전에 했던 선택 그 자체가 나를 만든 게 아닙니다.
우리는 막연하게 좋은 선택과 나쁜 선택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것처럼 생각하곤 합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선택은 그 자체로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선택"입니다.
현명한 사람일수록 선택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을 쓰기보다는, 과감하게 자신의 기준에 맞게 선택한 이후에 그 선택을 최고의 선택으로 만들어 나갑니다. 그게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의 전부 아닐까요?
이렇게 머리로는 이해하더라도 무의식 중에서는 여전히 선택을 '고르는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생각이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계속 반복합니다.
좋은 삶은 좋은 선택을 '잘 골라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한 선택이 좋은 선택이 되도록 '잘 만들어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대충 아무거나 막 선택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 역시 흑백논리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흑백논리의 색안경을 당장 벗어버리세요.
선택도 신중히 하되, 그렇게 선택한 것으로만 결론짓지 말고, 매 순간 그 선택을 더 좋은 것으로 만들어가라는 의미입니다.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중고등학교 때 공부한 몇 년의 성적으로 수능을 보고, 대학에 진학하면서 그때의 나를 '고정'시켜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공부를 못했지만, 그런 경험이 훨씬 더 넓은 스펙트럼의 공감대를 가진 지식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공부뿐만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우리에게 한계는 없습니다. 스스로 자신에게 몇 겹이고 둘러쳐놓은 마음의 울타리를 걷어내야 합니다.
우리는 결코 고정되어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저 내가 고정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에 똑같이 살아가는 것일 뿐입니다.
오늘 나에게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게 하고, 그 선택으로 말미암아 조금 더 나은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그런 하루는 나를 조금 더 나은 존재로 느끼게 만들어 줄 것이고, 내가 가진 더 큰 가치를 발견하는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사소한 거라도 내가 가진 더 나은 가치를 발견하면 그것이 조금 더 빛나도록 한번 더 닦아줄 수 있고, 조금 더 많이 알아볼 수 있고, 그렇게 조금씩 우리는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선택이 현재 당신의 삶을 결정했다고 말해도 맞는 말이지만,
당신의 선택이 현재 당신의 삶이 되도록 매 순간 당신이 생각하고 행동해 왔기 때문에 현재의 삶이 결정되었다고 말해도 맞는 말입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한 것일 뿐.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말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선택하는 시점에 정답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내가 그것을 살아가면서 정답으로 만들어냈느냐 아니냐로 판가름 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