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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pr 29. 2024

#_요즘 통 책이 잘 안 읽어집니다.

이해는 경험을 통해서만 온전해진다

아시다시피 저는 책을 잘 읽는 편입니다.

책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 한 권 정도는 가볍게 읽는 편인데요.

그런 제가 요즘 책이 통 안 읽어집니다.


4월 치고 날씨가 너무 더워진 것도 이유가 될 것 같고요.

한동안 잠을 잘 못 자고 여러 스트레스로 인해 컨디션이 나빠진 것도 원인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책이 술술 읽히기 때문에 

책을 들여다보면서 답답하고 진도가 잘 안 나가는 상황을 제법 오랜만에 체감합니다.

한 달에 책 한 권 읽을까 말까 했던 10년 전 어느 날로 돌아간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좋은 점은 있습니다.

제 강의를 듣는 분들, 아직 독서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의 마음과 느낌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평소에 늘 건강한 사람은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아프다'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서로에게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가난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그것을 쓰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거의 모르기 때문에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이해는 경험을 통해서만 온전해집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내가 모르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는 일입니다.

내가 몰랐던 타인의 마음을 읽어보는 경험입니다. 내가 느껴보지 못한 타인의 감정을 느껴보는 경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매 순간 무언가를 읽고 있습니다.

다만 나만의 기준이랄까, 내 생각의 뼈대가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수많은 정보들이 살이 되지 못하고, 흩어질 뿐이지요. 나만의 기준을 잡는 것 역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기에 그토록 강조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의 기준이 선명해지면, 내가 보는 세상도 한층 더 또렷해집니다.

나만의 기준이 없으면, 사소한 것도 다 고민하게 되고, 결정장애자가 되기 쉽습니다.

결정을 내리고도 그 결정이 옳은 결정이었는지 또 고민하고, 후회합니다.

그러다 머리가 복잡해지면 결정 내리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게 느껴지므로 내 삶의 결정을 타인에게 미루게 됩니다. 어떤 타인도 나에게 딱 맞는 정답을 알려줄 수 없습니다. 애당초 정답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그저 내가 내린 선택과 결정을 나에게 맞는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읽는 사람은 모든 관심과 욕망을 지혜에 집중하기 위해 스스로 망명자가 된 사람이며, 이런 식으로 지혜는 그가 바라고 기다리던 고향이 된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이반 일리치는 <텍스트에 포토밭>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가 스스로 발견한 지혜(자기만의 삶의 기준)가 바로 내 마음의 고향이 됩니다.


책 잘 읽어지지 않는데도 지금 나에게 필요한 텍스트들을 꾸역꾸역 찾아보려 했던 제 마음도 그 고향이 그리웠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오늘도 우리는 세상과 나를 읽고, 그 삶이라는 찬란한 시공간 속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선택들로 하루를 채워갑니다. 타인의 기준에 비추어 자신을 비난하거나 자책할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만의 기준이 없었던 것을 반성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나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주려는 작은 마음이 필요합니다.

오늘 짧은 독서와 몇 줄의 생각을 노트에 적는 그 사소한 일이 그 시작이 된다고 믿습니다.

나는 오늘 어떤 기준으로 나에게 무엇을 주었나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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