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처음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켜먹었던 날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고 책임지는 것에 대하여

by 변대원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기억한다. 그날 초등학교 1학년인 동생과 둘이 집에 있었는데, 짜장면이 너무 먹고 싶은 거다. 문제는 돈이 없었다. 중국집 전화번호도 찾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당시는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라 따로 엄마한테 연락을 할 수도 없었다. 고민 끝에 동생과 상의했다.


“우리 일단 시켜서 먹고 돈은 나중에 그릇 가지러 올 때 받으라고 할까?”

“에이~ 그렇게 안 해 줄 걸?”

“뭐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그 방법 밖에 없잖아.”

“그래, 그럼 오빠야가 전화해.”


그리고는 당당히 중국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사실대로 말했다. 지금 초등학생 둘이 집에 있는데, 어머니는 2시간쯤 있다가 오신다. 지금 배달해주고, 돈은 있다가 엄마 오신 이후에 그릇 찾으러 오시면서 받으시면 안 되겠냐고. 주인아주머니는 주소를 물어보셨고, 우리집에서 이전에도 몇 번 주문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신 듯, 흔쾌히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다.

“오예~ 배달해준데!”

동생과 나는 20분가량 설레는 마음으로 짜장면이 오기만을 기다렸고, 드디어 울리는 초인종 소리.

“띵~동~~~”

“누구세요~”

“배달이요~”


문이 열리고 하얀 그릇에 속에 까맣게 비치는 짜장면과 단무지를 받았다. 둘이서 처음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날이었다. 그날 먹은 짜장면은 정말 맛있었다. 거의 설거지한 수준으로 그릇을 깨끗이 비운 후 정리를 했다. 근데 우리끼지 시켜먹어서 엄마한테 혼나지 않을까? 맛있게 먹을 때까진 몰랐는데, 막상 다 먹고 나니 걱정이 몰려왔다. 어떡하지? 동생과 나는 급 불안함에 휩싸였다. 이전까지 한 번도 마음대로 뭘 시켜먹거나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불안함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엄마였다. 엄마는 들어오자마자 이게 무슨 냄새냐고 물었다. 그래서 우리가 짜장면이 너무 먹고 싶어서 중국집에 시켜먹었다고, 계산은 엄마 오면 그릇 가지러 오면서 하게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엄마의 반응은 의외였다.


“괜찮아, 잘했어!”


오히려 살짝 미안한 표정까지 지으면서 말씀하셨다. 불안하던 마음은 금세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근데 어떻게 그렇게 시킬 생각을 했어. 대단한데?”

우리가 했던 행동에 조금은 놀라는 눈치셨다. 그렇게 내 생애 첨으로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은 날의 기억은 끝이다.


내 기억으로 이 날 이후 나는 ‘스스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30년도 지난 일임에도 내 기억 속에 그날 어머니(동생과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어머니, 아버지로 호칭을 바꾸었다)의 목소리와 표정이 또렷이 기억이 난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할 때마다 때론 잘못해서 꾸짖고, 뭐라고 할때도 많지만, 그래도 스스로 생각해서 결정한 일에는 꼭 이렇게 말해준다.

“괜찮아, 잘했어.”


그 아이들이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인생은 나이에 상관없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것임을 배우고 있진 않을까? 또 스스로 한 선택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도 조금은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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