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탈 때 꼭 들어보세요
정기적으로 부산에 출장을 간다. 이번엔 경남에 있는 모화장품 회사 컨설팅을 위해 이동 중이다.
어제 늦은 시간까지 오늘 미팅할 자료를 만들고 정해진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꼭 의논해야 할 내용들을 몇 가지로 정리했다.
아침 일찍 김포공항으로 이동해 비행기를 탔다. 이런저런 영상을 보다가 이동 중에 읽을 연재소설을 미리 다운받았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잠시 명상앱을 켜서 짧은 명상을 하고 눈을 떴다.
비행기는 한참을 날아올랐고, 나는 뮤직플레이어를 열어 오랜만에 눈에 띈 조성진의 드뷔시 앨범을 골랐다. 한 곡 정도가 흘러갔을 무렵 나는 어느새 조성진의 공간 속으로 들어갔다.
조성진의 음악은 공간을 선율로 채우고 그곳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하늘 위에서 듣는 드뷔시의 피아노 선율은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타고 하늘을 날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온다.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구름과 두 귀를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선율은 내가 머문 자리를 감싼 채 두둥실 떠올라 날아가는 기분이 들게 했다.
세상엔 어찌 이토록 아름다운 게 많은 것인가!
바쁜 일도, 복잡한 생각도 다 잊었다.
그저 지금 이 아름답고 충만한 하늘 위 공간에 집중한다.
그렇게 한참을 나는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이끄는 대로 드뷔시의 'Image' 마차 속에서 한참을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