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의 재구성
친구가 사무실을 이사하면서 에어컨을 기증했다.
안 그래도 집을 이사하고 에어컨을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전설치를 예약하고, 그렇게 오늘 한 달을 기다린 끝에 에어컨을 받는 날이 왔다.
요즘 너무 더워진 탓에 일주일 전부터는 조금 더 간절하기도 했다.
오전 8시 22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에어컨 철거기사님인 것 같다.
전화를 받고 지금 작업을 시작하시는 건지 여쭈려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에어컨을 확인해 보니 기업용 배선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반 가정집에는 해당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을뿐더러 가지고 가더라도 철거비, 설치비가 2배씩 비싸진다는 얘기였다.
빠른 판단이 필요했다.
큰 망설임 없이 이전설치를 취소하기로 했다.
용달도 취소하고 집으로 오기로 한 LG 설치팀에게도 연락을 했다.
하지만 이미 방문한 기사님의 출장비는 지불해야 했다. 뭐 당연한 거지만, 결과적으로는 에어컨은 에어컨대로 못 받게 되었고, 이미 여름이 와버려서 한 달 전에 조금 더 싸고 여유 있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도 사라졌다. 게다가 아무런 소득 없이 출장비까지 지출하려니 좀 씁쓸했다.
에어컨을 팔면 일부 수익이 나겠지만, 이전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건 더 이상 나의 몫이 아니라, 원래 소유주였던 친구의 몫이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오히려 오늘의 상황은 매우 감사한 일이 되기도 한다.
만약 철거기사님이 별생각 없이 철거와 이전을 진행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ㅎㅎ 막상 가지고 왔는데, 설치도 안되고, 출장비, 용달비는 이중으로 들고, 이걸 또 팔거나 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어쩌면 기사님께 드린 출장비는 사전에 미리 정확한 정보를 준 정보료가 된 셈이다. 그리고 그 비용으로 나는 오늘 하루를 통째로 날릴뻔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셈이다.
이렇게 오늘도 또 한 번 배운다.
좋은 일이 생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일을 사전에 방지하는 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그리고 에어컨 이전을 LG본사로 신청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도.
가전은 역시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