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결혼 만들기 -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을 했을 때 얻는 것.
부부싸움 후, 가장 하기 싫은 것은?
저는 집안일이요. 특히 밥.
밥은 정말 피할 수 없는 숙제인 것 같아요.
외로워도 슬퍼도 힘들어도
그놈의 밥, 밥, 밥만은 꼭 해야 하는 현실.
저라고 뭐 다르겠나요.
부부싸움 후에는 특히나 더 하기 싫더라고요.
뭐가 이쁘다고 정성들여 밥까지 해줘야 하나
이런 생각 막 들어요.
아니, 들었었어요.
대과거형으로 쓴 거, 눈치채셨나요.
이제는 더이상 부부싸움 했다고 밥까지 해주긴 싫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대신에 ‘내가 해주는 밥 먹고, 건강은 해라.’는 마음으로 쌀을 씻어요.
이렇게 바뀌게 된 건,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기억에 남아 있는 일은 있어요.
어느 날이었어요.
저녁 식사 후 부부싸움을 했고,
화해까진 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음 날 아침밥을 하기 위해 쌀을 씻어 취사예약을 했어요.
저는 ‘와, 이 상황에서도 다음 날 아침밥을 하고 있다니, 나 참 불쌍하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배우자는 달랐나봐요.
밥을 안치고나자 사과를 하더라고요.
급작스러운 전개에 제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이 상황에서도 나를 위해 밥을 짓는 너를 보고, 내가 뭐하는 짓인가, 뭐가 중요한가 생각하게 되었어. 내가 미안해. 사과할게.“라고 말하는 거에요.
그렇게 그 부부싸움은 평화롭게 끝났고,
배우자의 저 말은 제 마음에 꽤 오래 잔상이 남아 있었어요.
같은 행동, 다른 생각이랄까요.
저는 성향상 그냥 해야 하는 일은 싫어도 하고,
오히려 싫은 일은 먼저 해버려요.
그래서 밥도 그냥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해서 했던 건데,
배우자에겐 ‘싸운 후에도 나를 위해 해준 일’이더라고요.
가끔 생각해요.
저 날, 밥을 안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를요.
아무 것도 하기 싫었고,
싸움의 원인에 대해 더 말하고 싶었고,
오랫동안 혼자 치열하게 생각해서 그 문제를 단번에 뿌리까지 해결하고 싶었는데,
그저 밥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억지로였지만 결국 하긴 했더니
갑자기 사과를 받고, 부부싸움은 끝났고,
그 이후로 제가 하는 말에 힘이 더 실리게 된 저 날.
밥을 안치지 않았더라면,
아마 밤새 마음은 불편했을 것이고,
다음 날까지 부부싸움은 이어졌겠지요.
아이들 아침식사는 간단히 해결했겠지만
분위기는 정말 안 좋았겠지요.
무슨 말을 해도 ‘밥을 안 한 아내‘가 한 말이니,
앞으로도 ‘부부싸움하면 밥을 안 할 아내’가 되어
제가 하는 말에 힘이 약했겠지요.
이런 결과까지 생각하고 밥을 한 건 아니었지만,
저 날 이후
할 일과 할 말을 구분했어요.
그래서 손해보는 일을 줄였어요.
할 일은 일단 하고나니,
제가 하는 말에 힘이 실리더라고요.
그래서 할 일 하고, 할 말 하게 되었어요.
부부싸움 후, 정말 하기 싫은 일이 있지요.
늘 하던 일인데, 한 번 안 하는 게 뭐 큰 일일까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한 번이 꽤 중요하더라고요.
그 한 번이 이때까지 내가 해온 일들 전체를 부정할 수 있어요.
그러니 손해보지 말고, 억울해지지 않게,
할 일은 하고 할 말도 해요.
하기 싫어도 해야 되는 일을 했을 때,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결혼생활이 흘러가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거에요.
이혼을 가까이에서 오래 보고,
오히려 사랑을 예찬하게 된
이혼변호사 신영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