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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예찬 Jul 05. 2024

시작은 수월한데, 끝내기는 어려운.

결혼생활이 힘든 이유 - 빠른 손절이 어렵다.

‘빠른 손절이 답’인 경우가 있어요.


거래관계에서도 그럴 때가 있고요,

요즘엔 이 단어를 인간관계에도 사용하더라고요.


결혼은 두 사람이 서로 합의하여 진행하는데,

진행과정에 다소 의견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한다’는 것 자체에는 의문이 없는데요.


끝낼 때는 달라요.


한 사람 마음이 변했다고 바로 종결할 수 없고요,

한 사람이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얽히고 설킨 것이 많고요,

두 사람 모두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눈에 밟히는 아이들이 있고요.


그래서, 결혼생활은 꽤 어렵고 힘이 들어요.



이렇게 저렇게 노력해 보고,

안 될 것 같으면 빠르게 손절하여

관계를 종결시키는 것이 현명한 일일 때가 있지요.


외도, 마약, 도박, 폭력…


이런 일들이 내게 일어났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지만,

‘빠른 손절’이 잘 안 되어요.


협의이혼을 하더라도 숙려기간이 한 달이고요,

미성년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세 달이에요.


가정폭력 등의 급박한 상황이 있거나,

일방이 급히 해외로 출국하는 경우 등에는

사유서를 제출하여 숙려기간을 단축하거나 면제할 수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언제나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에요.




배우자가 잘못을 했는데도, 이혼에 응하지 않으면

소송을 해야 하고요,

소송은 아무리 빨라도 4개월~6개월,

보통 6개월~1년 2개월 정도 걸리던 걸요.


이것도 1심만이요.


재산조회할 것이 많으면 더 길어지고요.


이 기간 동안에 법률적으로는 부부로 살아가야 하고, 혹 거처를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소송 중에도 한 집에서 사는 경우도 있어요.


이 분들의 스트레스는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소송에서 서면으로 각종 공방을 벌이고,

집에서는 같이 살고 있는 상황은

정말 큰 스트레스에요.





결혼한 지 4년이 지나기 전에 하는 이혼을

‘신혼이혼’이라고 해요.


체감상, 신혼이혼 상담이 늘어난 것 같아요.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다 이 '손절’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결혼식을 올리고, 생활을 해 보니,

일방이 손해보는 느낌이 들고,

그 느낌이 더욱 공고해지고, 명확해져서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상담을 하다, 생각보다 많이 놀라시는 부분이

‘깔끔한 손절’이 어렵다는 점이에요.


우리나라에서 결혼이란,

서로가 많은 것을 투입하잖아요.

돈도 시간도 관계도요.

그러다보니 이혼을 하게 되면 정확하게 나누기가 어려워져요.


저는 이걸 ‘식빵 자르기’에 비유를 하곤 해요.


식빵을 빵칼로 자르다보면,

필연적으로 부스러기가 떨어지지요.

그것은 어느 쪽에 속하지도 않고, 버려지고요.


결혼과 이혼이 그래요.

유책사유와 별개로

헤어지는 것은

빠르거나 깔끔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결혼생활은 힘이 드나봐요.


언제든지 빨리 손절할 수 있는 일이나 관계는

크게 힘들지 않아요.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결혼생활은 그렇지 않다보니,

즉 빠르고 깔끔한 손절을 할 수 없다보니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결혼을 한 상황이라면

손절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조금 더 부부관계에 투자를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보게 되어요.




이혼을 가까이에서 오래 보고

오히려 사랑을 예찬하게 된

이혼변호사 신영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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