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이 힘든 이유 - 집에서 쉬지 못한다.
결혼 후,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혈액형 빼고 다 바뀌었다는 농담..을 했었어요.)
그 중 가장 실생활에 타격을 준 건 바로 ‘집’에 대한 개념이었어요.
집은 당연히 쉬는 곳 아닌가요?!!!
결혼하고 나니, 아니더라고요.
이게 신혼 때 절 힘들게 했던 큰 이유였어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결혼 전 ‘집’은 온전한 ‘쉼’을 의미했어요.
회사에서 벗어나,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혼자 있는 공간.
내가 더럽히지 않으면 더럽혀지지 않고,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있으면서
피곤할 때는 잠시 미뤄둬도 되는 집안일이 조금 있는 공간이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에요.
결혼을 하고 나니,
집이 ‘내 공간’이라는 생각도 아직 안 드는데,
물건의 ‘제자리’도 제가 정해야 하고,
어느 곳 하나 마음 편히 숨을 곳(?)도 없고,
소파나 식탁에 앉아 있으면 해야 될 집안일이 자꾸 보이고,
내가 하지 않으면 언제나 영원히 그 먼지는 그 곳에 있을 작정을 하고 있고요.
우와, 정말 낯설고 어색하고 힘들더라고요.
집안일 정도는 금방 해치울 수 있어요.
그것보다 집을 타인과 함께 사용하다보니
왜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이인지,
물건을 썼으면 제자리에 왜 두질 않는지,
왜 분리배출하기 수월하게 딱딱 정리하지 않는지,
정해진 요일에 버려야 하는 재활용품을 왜 쌓아놓는지,
그리고 왜 나만 신경쓰는 것 같은지,
감정적으로도 계속 일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저는 그 당시에 야간대학원도 다니고 있던 터라, 더 힘들게 기억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요. 뭐 .. 저만 힘들었겠나 싶어요.
배우자도 낯설고 힘들었겠지요.
마음에 드는 것도 있었겠지만, 이해 안 되는 게 더 많았겠지요.
이 생각까지 이르니,
힘든 것은 당연한 거라고 인정하고,
‘주차장에서 멍 때리는 것’에 죄책감을 갖지 않기로 했어요.
아침에 회사 갔다가, 저녁에 야간대학원 갔다가,
집으로 가는 게 쉬러 가는 게 아니라 ‘다시 일하러 간다’고 생각하니,
주차장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올라가서
일하는 버전으로 있으면 안 힘들더라고요.
신혼이신 분들, 너무 겁먹지 마세요.
이 또한 지나가고, 적응이 되어요.
집이 ‘내 집’으로 점점 익숙해지고, 정도 들고,
집에 ‘일하러’ 왔는데, 틈틈이 쉴 수 있게 되고요,
그 시간은 점점 늘어나고요.
집에서 쉬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아요.
결혼 후에는 그럴 수 있어요.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점차 나아진다는 거에요.
그러니, 결혼생활이 조금 힘들어도,
쉬는 집이 아닌 일하는 집이 낯설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혼이라는 큰 변화를 맞이했으니까’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분명 마음이 좀 나아지실 거에요.
이혼을 가까이에서 오래 보고
오히려 사랑을 예찬하게 된
이혼변호사 신영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