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지 기자 & 권다빈 PD
2022. 10월, 유튜브 개편 이후 매주 화, 수, 목 아침 7시에 듣똑러들을 찾아가고 있는데요. 듣똑라 내부적으로는 정말 큰 변화였어요. 특히 처음으로 기자-PD 고정 유닛이 생겼거든요. 개편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각 유닛의 기자와 PD들은 어떤 마음으로 영상을 만들고,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지 만나봅니다.
(듣똑라 DISCOVER를 만드는 홍상지 기자(이하 홍상지)와 권다빈 PD(이하 권다빈)의 인터뷰 전문입니다.)
홍상지, 권다빈. 요즘 사회 현상이나 이슈의 이면을 좀 더 다각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사회 뉴스는 단발성으로 쏟아지는 뉴스들이 상당히 많아요. 각종 사건 사고, 새롭게 바뀌는 정책, 요즘 세태에 대한 트렌드 기사 등등.. 살면서 이 모든 뉴스를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뉴스를 보다 보면 현재 사회가 어떤 모습과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알 수 있거든요. 그런 걸 디스커버에서 짚어보려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디스커버로 유닛명을 정하게 된 계기는요. 사실 ‘이코노미’나 ‘월드’처럼 딱 떨어지는 단어를 못 찾겠더라고요. 사회 이슈를 한다는 이유로 ‘소셜’이나 ‘소사이어티’ 이런 이름을 붙이자니 밋밋해 보이고요. 고민하다가 우리의 기획의도는 사회 전반에 흐르는 어떤 ‘맥락’을 찾아내자는 거니까 ‘발견하다’ ‘찾다’의 뜻을 가진 디스커버(Discover)가 어울릴 것 같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디스커버리로 오해하는 분들 많은데 디스커버리 아니고 디스커버입니다..ㅠ)
홍상지, 권다빈. 먼저 기획회의를 하고 아이템을 선정합니다. 기자가 초안 대본을 짜고 PD가 대본을 바탕으로 어떤 구도로 촬영을 할지 정해 전체적인 기획안을 만들고요. 그 이후는 촬영해서 열심히 편집하고 팀원들의 피드백을 받아 업로드를 하는 과정이지요.
딱히 특이사항은 없는데 저희는 기획회의를 따로 하더라도 평소에 요즘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SNS 글이나 밈, 책, 기사 등을 수시로 공유하는 편이에요. ‘이거 봤어요? ㅋㅋ 재밌지 않아요?’ 하면서 그냥 수다 떠는 거죠. 이 와중에 서로 보는 게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라서 한 명이 뭔가를 던지면 ‘어, 저 이거랑 비슷한 거 봤어요’ 하면서 비슷한 다른 걸 던져요. 그러다 아이디어가 솟아나 아이템으로 이어진 적도 있답니다.
홍상지, 권다빈. 저희 아이템은 지금 막 돌아가는 뉴스부터, 지나가다 본 SNS 게시글, 인터넷 기사 한 줄, 팀원들의 행동 하나에서 시작할 때도 많은데요. 이렇게 세 번 물어봐요. ▲‘이게 지금 우리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흐름과 어떻게 연결돼 있지?’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라면 조금 더 깊게 파고들 문제의식은 없을까?’ ▲‘이걸 왜 듣똑러가 봐야 할까?’ 이렇게요. 특히 저희끼리 기획회의할 때 유난히 서로 공감도 하면서 할 말이 많아지는 아이템이 있거든요? 그런 아이템으로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듣똑러들의 반응도 확실히 좋더라고요.
사회 이슈 특성상 가끔은 다소 무거운 아이템이 선정되기도 해요. 사건사고나 사회 전반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이슈를 다룰 때도 적지 않죠. 사실 유튜브는 쉴 때 많이들 보시니까 무거운 주제의 영상을 쉽게 클릭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럼 사회적으로 예민한 아이템은 피해야 할까?’ 둘이서 이 질문을 갖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결론은 그럼에도 지금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라면 ‘만들자’예요. 대신 어떻게 하면 좀 편하게 보실 수 있을까 계속 고민 중이지요.
홍상지. 재밌었던 건 합계출산율 영상이요. 사실 저출생 문제나 인구 문제는 좀 고리타분한 주제잖아요. 이 주제를 ‘어떻게 하면 재밌게 풀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어떤 빼어난 솔루션 하나를 제시하기보다는(있지도 않지만) 그냥 우리 안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동료 기자인 이지상, 김수민 기자한테 SOS를 친 거죠. 한 번 허심탄회하게 우리 이야기를 해보자고요. 촬영하면서도 제 텐션이 올라가는 게 느껴졌어요. 영상을 본 많은 분들도 공감해 주셨고요.
힘들었던 영상은 비동의강간죄요. 사실 이야기하고 싶은 문제의식이 분명할수록 오류 없이 더 잘 전하고 싶고 그래요. 이 아이템은 저의 문제의식이 분명한 아이템이면서, 찬반이 분명히 갈리는 아이템이기도 했죠. 그래서 더 잘 만들고 싶었어요. 팩트 체크를 하고 논리적 허점은 없는지 살피는데 유난히 긴장이 많이 되더라고요. ‘논리적으로 충분히 설득이 될까?’ 계속 고민했던 것 같아요. 업로드 당일에도 댓글을 잘 못 보겠더라고요.
권다빈. 도파민 영상이 만들면서 재밌었어요. 이것도 홍상지 기자랑 회의하면서 공감도 엄청 많이 하고 티키타카가 잘 됐던 아이템이었는데 촬영도 편집도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홍상지 기자 집도 가고, 일상 사진이나 과거 사진도 털고(ㅋㅋ) 제가 덕질하는 사진도 넣고, 고양이 사진도 깨알같이 넣어서 혼자 낄낄대며 편집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영상은 학교폭력이랑 비동의강간죄였어요. 왜냐하면 주제가 무겁기도 했고 잘 맞는 자료영상도 찾기 힘들었거든요. 강간죄의 경우에는 함부로 여성이나 남성 실루엣이 보이는 그림을 쓰기 싫었고 학교폭력 역시 인터뷰이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정말 조심스러웠거든요. 거기서 고민하느라 시간도 많이 잡아먹고… 그런 점에서 가장 힘들었던 편이었습니다.
홍상지. 학교폭력 편. 오래전에 인연을 맺은 취재원과 다시 콘텐츠로 만나게 된 영상이기도 하고요. 학교폭력 피해 당시의 기억을 꺼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듣똑라를 위해 다시 꺼내놓은 거잖아요. 그 이야기를 다시 듣는데 ‘아 진짜 많은 사람들이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영상의 조회수가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인데 이 글을 보고 아직 안 보셨다면 꼭 한 번은 보셨으면 합니다.
권다빈. 검찰 편… 저는 꼬꼬무 같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조회수가 잘 안 나와서…(^^) 검사들의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난 정말 아무것도 몰랐구나 깨달을 수 있는 영상이랍니다. 검사들이 이렇게 권력을 갖게 되는구나 알고싶은 분이라면 추천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