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review] 아이들, 류미례

아이를 통해 내 안의 아이와 만난다

by 선율

아이들, 류미례, 2010.PNG

2010년 개봉한 <아이들>은 류미례 감독의 육아 이야기다. <아이들>은 커다란 사건이나 한 인물의 영웅적인 면모를 담지 않는다. 그저 한 여인의 결혼 후 일상을, 세 아이를, 한 가정을 소개한다. 하지만 강력한 여운이 남는다. '맞아, 나도 저랬지.' '그랬구나' '감독도 저런 걸 겪었구나'하는 공감을 통한 위로를 얻는다. 교훈을 전달하지도, 세상을 비판하려고 하지 않지만 <아이들>은 끈끈한 공감을 통해 이해와 위로를 불러일으킨다.

류미례는 영화를 찍으며 아이 세 명을 낳았다.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두려움을 안은 채 첫 아이와 만났다. 감독은 직접 녹음한 내레이션을 통해 한 번도 엄마가 돼보지 못했던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한다. 스스로 성숙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기를 키우며 미안했던 적이 많았다고. 새 아이와 만나면 그 아이가 가져다주는 새로운 세상을 접했다고. 책이나 미디어에서 말하는 완벽한 육아는 없었다. 그녀는 서툴지만 온몸으로 겪으며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엄마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선택했다.


엄마가 된 후에 새삼 알았다. 촬영 거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나를 따라오고 선잠에서 깰 때 나한테 오고 싶어 하고 같이 있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어린 시절 나를 그려볼 수 있었다. 그 아이한테 가고 싶었다. 내 육체가 자라는 동안 내 안에 웅크리고 있었던 아이, 엄마가 된 후에야 내 안의 아이를 알아본 나는 그 아이를 돌보는 마음으로 내 아이들을 돌봐왔다. 배고프지 않기를, 슬프지 않기를, 그래서 꿈속에서까지 행복할 수 있기를 나는 바랐다. 나는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자라왔다.
(<아이들> 중 , 류미례, 2010)


그중에서도, 육아하며 자신 내면에 웅크리고 있던 아이를 발견했다는 말이 와닿는다. 나 또한 어느새 훌쩍 커 어른이 되어, 아이였던 시절을 잊곤 했다. <아이들> 다큐멘터리를 보며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고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슬픔과 반응이 올라올 때, 그 원인이 있는 것 같은데 잘 보이지 않을 때, 어린 시절 경험에서 쌓인 것이 있었을 가능성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어린 시절 나와 조우해 괜찮다며 위로하고 애쓰지 말라고 다독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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