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생각을 끝내 떨쳐버리지 못한 채, 마치 오래된 꿈을 되새기듯 마음속에서 몇 번이고 굴려보게 된다. 사람들이 흔히 ‘프로 만화가’라 부르는 그 존재를, 한낱 시장 한복판에 좌판을 벌인 장사꾼에 비유한다 한들—그 모습이 어찌 그리 단순하고 천박한 것이라 단정할 수 있겠는가. 아니, 오히려 그가 서 있는 자리는 먼지와 소음, 무수한 시선과 냉혹한 판단이 뒤엉킨 전장과도 같아, 한순간의 방심도 허락되지 않는 냉정한 곳이 아니던가.
그곳에서 그는 빈손으로 서 있지 않는다. 비록 그의 손에 들린 것이 아직 완전히 다듬어지지 못한 이야기의 조각들, 군데군데 거칠고 어설픈 선들이 남아 있는 그림들일지라도—그는 그것들을 그저 내보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니, 결코 그러지 않는다. 그는 그것들을 한 올 한 올 살피고, 때로는 자신의 부족함마저 교묘히 감싸 안으며, 그 위에 빛나는 언어와 장치를 덧입힌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을, 마치 오랜 세월 숨겨져 있던 진귀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세상 앞에 내어놓는다.
그 순간을 떠올려 보라.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오가고, 누구도 쉽게 시선을 주지 않으려는 그 무심한 흐름 속에서, 그의 작품은 잠시나마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그 짧고도 찰나 같은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는 얼마나 많은 고민과 망설임,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견뎌내야 했겠는가. 그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포장이 아니라, 자신의 결핍과 미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끌어안은 채, 그것마저 하나의 이야기로 바꾸어내는 집요한 의지의 산물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러하지 않은가. 우리는 누구 하나 완전한 형태로 세상에 서 있지 못하며, 언제나 어딘가 모자라고, 어딘가 비뚤어져 있다. 그러나 바로 그 틈과 결함 속에서 이야기가 태어나고, 그 이야기가 타인의 마음에 스며들 때 비로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며, 또 서로에게 머물게 된다. 그렇기에 이 모든 과정은 결코 값싼 기만이나 얄팍한 허세로 치부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은, 냉혹한 세상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 한 인간의 처절하면서도 숭고한 분투이며, 창작자라는 이름을 짊어진 자가 피할 수 없이 감당해야 할 운명과도 같은 재능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고단하고도 기묘한 재능을 지닌 이들을 바라볼 때마다, 그들이야말로 불완전함을 무기로 삼아 세상과 맞서는, 가장 인간다운 존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