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도시의 거울

by 문효광

도시는 바다를 향해 자신을 내어주면서도, 끝내 완전히 항복하지는 않는 듯 보인다. 푸른 수면은 마치 오래된 거울처럼 햇빛을 품고 반짝이며, 그 위에 떠 있는 배들은 세상의 번잡함을 잠시 잊은 채 느긋하게 꿈을 꾸는 존재들 같다.

그 아래로는 인간의 욕망이 층층이 쌓여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은 서로를 밀어내듯 서 있으면서도, 어쩐지 외로움을 감추지 못한 얼굴을 하고 있다. 초록색 지붕과 회색 벽들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이곳이 단지 삶의 무대일 뿐 아니라 끝없이 반복되는 희망의 연습장임을 은근히 드러낸다.

그리고 저 멀리, 산 위에 앉아 있는 건물 하나—마치 세속을 내려다보며 비웃는 철학자처럼 고요하다. 그것은 도시가 아무리 분주하게 숨을 몰아쉬어도, 결국 시간 앞에서는 모두가 관조의 대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하다.

이 풍경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지나치게 솔직하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왜냐하면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꾸며낸 환상이 아니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가장 잔인하게 빛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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