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앞의 망각 (1)

나의 스트레스 아카이브(Stress Archive)

by 리타


나의 스트레스 아카이브

(Stress Arch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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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앞의 망각 (1)




가끔 '한계'라는 단어가 이상할 정도로 피부에 와닿을 때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면으로 충돌한 것처럼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그때마다 그 수많은 인구 중에 자신이 가장 초라해 보여서 스스로에게 존재 가치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대곤 하는데 그 과정이 꽤나 고통스럽다. 그러나 우습게도 그런 상황이 왔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해결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그저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는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이러한 감각을 처음 느껴본 건 대학생 때였다. 나는 대학생 때 건축을 전공했었는데, 비록 원했던 학과는 아니었지만 기왕 오게 된 거 열심히 해보자 마음먹고 나름대로 착실하게 학교를 다녔다. 덕분에 이론과목은 꽤 좋은 성적을 받았었는데, 문제는 실기과목이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었던 것이다.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보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해봤는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감각적 센스, 노력만으로 커버하기엔 너무도 큰 한계였다.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만큼 충격적인 일이 있을까 싶었다. 천재는 99프로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데 1프로의 영감이 없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이 암울하고 또 절망적이었으니. 그 시절 전과나 편입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잊고 살아갔다. 부정한 것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졸업은 했더라도 그 길을 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더 이상 한계로 인해 절망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회피적인 사고였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 후 전공과 거의 관련이 없는 직무를 얻고 일을 시작했지만 과거 나의 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계에 부딪히는 일은 점점 잦아졌고, 괴로움의 정도도 점차 심해져 갔다. 학생 때와는 달리 직장이라는 곳에 얽매이면 한계를 마주하더라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우스운 사실 하나는 잠을 자고 나면 극에 달했던 스트레스가 조금 수그러든다는 것이다. 다행처럼 들리겠지만 안타깝게도 좋은 일은 아니었다. 간밤의 수면으로 완화된 고통은 하루 일과를 보내고 나면 다시 치솟았고 다음 날이면 잦아들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매일같이 수십 번을 왔다 갔다 하는 감정선이 감당이 되질 않았다. 그리곤 끝내 내가 어떤 상태인지 자각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런 나를 보며 남들은 예민하다며 평가해댔다. 그렇게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제 감정 하나 컨트롤하지 못해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으니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다 못해 잔뜩 화가 나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걸 예민이라고 한다면 부정하긴 썩 힘들 것 같다.




'한계 앞의 망각'은 2부까지 이어집니다. 2부에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리타입니다. 꽤 오랜만에 '나의 스트레스 아카이브'로 찾아뵙습니다. 변명을 하자면 중요한 프로젝트로 인해 야근이 잦았던 탓에 자주 업로드하지 못했습니다. 사회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풀고자 연재를 결심했는데 사회생활 때문에 글을 쓰지 못했다니 아이러니하네요. 언제 또 일이 물 밀려오듯 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여유가 조금이라도 생기는 날에는 어김없이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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