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문학 여덟 번째
그대 나를 밟아주세요
아예 깔아 뭉개 주세요
나의 팔과 다리가 강철보다 더 단단해질 때까지
나를 밟아주세요 죽지 않으니까
그대 나를 때려주세요
아예 확 후려쳐주세요
내 맘이 바람개비나 팽이처럼 빙빙 돌아갈 때까지
나를 때려주세요 죽지 않으니까
왜냐면 난 슈퍼잡초맨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슈퍼잡초맨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슈퍼잡초맨
세븐티핑거스 - 슈퍼잡초맨
아마 무한도전의 하하와 장기하는 '잡초처럼 우뚝 일어선다'는 의미로 이 슈퍼잡초맨을 만들었을 겁니다. 깔아 뭉개도, 후려쳐도 죽지 않는 슈퍼잡초맨이니까요! 하지만 여기, 이들의 노래를 들으면 경악할, 잡초를 싫어하는 한 시인이 있습니다.
미국의 시인 Theodore Roethke의 아버지는 커다란 온실을 가진 농부였습니다. 그 자신도 어린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고, 아버지의 커다란 온실과 자연 속에서의 경험은 그의 작품에 양분이 되었습니다.
The greenhouse is my symbol for the whole of life, a womb, a heaven-on-earth.
온실은 내 삶 전부의 상징이자, 자궁이자, 천국입니다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였으니. 그의 온실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겠죠. 그런 그가 쓴 시 <Long Live The Weeds>입니다.
“Long Live The Weeds” - By Theodore Roethke
Long live the weeds that overwhelm
My narrow vegetable realm! –
The bitter rock, the barren soil
That force the son of man to toil;
All things unholy, marked by curse,
The ugly of the universe.
The rough, the wicked and the wild
That keep the spirit undefiled.
With these I match my little wit
And earn the right to stand or sit,
Hope, look, create, or drink and die:
These shape the creature that is I.
질기게 살아남는 잡초는 시인의 좁은 야채밭을 집어삼켜 버렸습니다. 시인은 느낌표까지 붙여가며 탄식합니다. 농부에게 잡초란, 식물의 영양분을 빼앗아먹는 골칫거리 같은 존재죠. 혹독한 돌이나, 불모의 땅처럼 정원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사람으로 하여금 노력을 하도록 만듭니다. 잡초를 뽑아야만, 돌을 걸러내야만, 비료를 줘야만 하는 노력을요.
사악하고, 저주로 만들어지고, 우주에서 가장 추한 존재! (시인이 화가 많이 났나 봅니다. 아마 잡초에게 시달렸던 나날들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겠죠.) 험악하고 아주 못 돼먹었고 정제되지 않은 야성의 영혼을 가진 것들!
하지만, 이런 잡초들이 있기에 시인은 정원을 가꿀 노력을 하게 되죠. 이런 잡초들이 있어야 시인은 올바로 살아갈 수 있고, '나'라는 것의 모양을 만들어 나간다고 이야기합니다.
시의 시작 부분에서 잡초는 정말 우리가 아는 그 잡초, 저번주 삼시 세 끼에서 김광규 씨가 열심히 뽑은 그 잡초였지만, 시의 끝 부분에서 시인은 그런 잡초에게 분노하면서, 하나의 깨달음을 얻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잡초는 잡초뿐만이 아니라 나의 추한 부분, 나의 악한 부분, 나의 감추고 싶은 부분들이 되는 거죠.
이런 부분들은 세븐티핑거스의 곡에서처럼 내가 아무리 찍어 누르고, 잊으려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봐도, 끊임없이 되새겨져 나를 괴롭힙니다.
과 같은 말들이 항상 수식어처럼 붙죠.
하지만 다시 시인의 말로 돌아와서 이런 잡초들은 "That force the son of man to toil" 우리를 힘들게 함과 동시에 '나아가게'합니다.
절대 죽지 않는 뽑아내고 싶은 잡초 같은 것들이
내 성장의 자양분이 되는 것이죠.
당신의 잡초는 무엇인가요?
1. 나라는 온실은 어떻게 생겼을지 상상해보자.
2. 그 온실 속의 잡초에 대해 글로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