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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ge Graph Jul 30. 2015

몸과 마음이 하나인 동물

일상문학 일곱 번째



Late Summer 


by Carrie fountain

Out for a walk tonight,
the dog is throwing all her weight
against the leash, lunging toward 
the fat tomcat


licking his black ankles
with a delicious, solemn attention
at the top of the neighbor’s steps.


Because this is what the dog
was made to do.
Because for some lucky animals


the space between the body
and what it wants
is all there is.


“Late Summer” by Carrie Fountain from Burn Lake. © Penguin, 2010. 




출처 : 플리커 



밤 산책을 하러 나가서 시인은 개 한 마리를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온 무게를 다 내던져 목줄에 저항하며, 뚱뚱한 고양이에게 돌진하려고 하는 그런 개를요.  자신의 검은 발목을 아주 맛있고, 아주 엄숙한 자세로 핥으면서 이웃의 발걸음 가장 앞에 서서 걸어가는 개를 만납니다. 


그리고 시인은 여기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게 바로 개가 만들어진 이유야. 

몇몇 축복받은 동물들은 몸과 자신이 원하는 것 사이의 공간이 모두 거기에 있지. 


저는 무릎을 탁- 치며 시인의 말에 동의했습니다. 동물들은, 그리고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개나 고양이들은 사람이 느끼는 '괴리감'이 무엇인지 모를 겁니다. 몸과 마음이 일치한다니, 이 얼마나 행복한 삶입니까? 




출처 : Zoommy


고양이를 생각하자 저는 또 한명의 작가가 생각이 났습니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까뮈의 스승인 장  그르니에입니다. 장 그르니에는 그의 에세이 <고양이 물루>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마 고양이 집사님들이라면 무릎을 탁- 치며 동의할 내용들입니다.  



동물들의 세계는 침묵과 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동물들이 잠자듯 엎드려 있는 것이 보기에 좋다. 그들이 그렇게 엎드려 있을 때, 대자연과 다시 만나고 그들의 몸을 내맡김으로써, 그들은 자신들을 키워주는 정기를 받는다. 우리가 노동에 열중하듯이 그들은 휴식에 그렇게 열중한다. 우리가 첫사랑에 빠지듯이 그들은 깊은 신뢰로 잠 속에 빠져든다. 아주 오랜 옛날 안타이오스 신과 대지의 신 사이의 오랜 관계를 누구보다도 심각하게 되풀이해 보여 주는 것이 바로 그 동물들이다.



그는 오늘 아침 일찍 내게 와서는 아마 하루 종일 내 방에서 머무를 것이다. 그는 어제 밤에 호사스러운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더 다정하게 굴고 있다. 그가 피곤하다는 뜻이다.-나는 그를 사랑한다. 내가 매번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세계와 나 사이에서 다시 태어나는 그 간격을, 물루는 그 간격을 없애 버린다.


내가 매번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세계와 나 사이에서 다시 태어나는 그 간격을, 물루는 그 간격을 없애 버린다. 우리는 하루가 지나가면, 다음날 아침이 밝으면 '하루가 지나감을 압'니다. 그리고 그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를 '알죠.' 그닥 만족스럽지 못했다거나, 혹은 너무 행복한 하루여서 지나가기가 아쉬웠다거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범한 그런 하루였다 거나 해도 우리는 '지나감'을 알고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은 그렇게 멀어진 것입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도 그렇게 멀어진 것이고요. 

하지만 고양이는? 



물루는 행복하다. 세상이 영원히 제 자신과 벌이는 싸움에 끼어들면서도 그는 자신을 행동하게 하는 그 환상을 깨뜨리지 않는다. 그는 장난을 즐기지만 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를 바라보는 것은 나다. 한 치의 빈틈도 남기지 않고 정확한 몸짓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은 그만 황홀해진다. 매 순간 그는 제 행동에 깊이 빠져있는 것이다. 그는 무엇인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부엌에 나오는 음식에서 두 눈을 잠시도 떼려고 하지 않는다. 그가 음식물에 빠지지 않나 보일 정도로 강렬하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낸다. 만일 그가 누군가의 무릎에 몸을 웅크리는 것을 보면, 자기의 온갖 애정을 기울이면서 그렇게 몸을 웅크린다. 내가 그에게서 빈틈을 찾아 보려고 하나 도대체 어디에서고 찾아 볼 구석이 없다. 그의 행위는 그의 동작과 일치가 되고, 그의 동작은 그의 식욕과 그의 식욕은 그의 이미지와 일치가 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하나의 사슬과도 같다. 어쩌다 고양이가 다리를 반쯤 편다면, 그렇게 다리를 펴는 것이, 다만 반쯤만 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많은 꽃 항아리들의 가장 조화를 잘 이룬 테두리에도 그와 같은 필연성은 없다.


고양이는 자신을 바라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르니에가 말했듯 고양이는 매 순간 자신의 행동에 깊이 빠져있습니다. 멍청한 짓을 할 때 조차도 그 고양이는 고양이 자신입니다. '행위'는 '동작'과 일치가 되고, '동작'은 '식욕'과 일치가 되고, '식욕'은 '이미지'와 일치가 됩니다. 어찌됐건 다 일치된다는 말이죠. 사람이 만들어낸 것은, 그리고 사람은 그 '일치'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고양이처럼 애초에 필연적으로 '일치'할 수는 없는 거죠. 




출처 : Zoommy


내가 때로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날이면, 그런 충만함이 오히려 나를 슬프게 한다. 나는 내가 다름 아닌 인간임을 느낀다. 곧 나는 온전하지 못한 존재임을 느낀다는 말이다. 나는 알고 있다. 연극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나는 균형을 잃고 흔들리고 말 것이고 내 상대역이 내게 어떤 물음을 던져도 대꾸를 잃은 채 말없이 앉아 있으리라는 것을. 완전한 부재. 마침내 내가 사랑한다고 말했던 사람들에게, 나 스스로 벗어날 수 없었던 나 자신에게 나는 넋을 빼앗기는 것이다. 나를 혼란에 빠뜨리는 어떤 필연이 나를 내가 처해 있는 상황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들로부터 도망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빠져 나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루가 자신이 고양이인 것에 만족하듯이 사람들은 자신이 사람인 것에 만족한다. 하지만 물루는 옳고, 그들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고양이는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지만, 사람들의 자리는 그들에게 버티고 있을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그 사실을 제발 깨달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으며, 자신의 자리조차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어디론가 달아나려 하리라. 그런데 발 딛고 설 만한 단단한 한 치의 땅도 있지 않다, 물루와...... 사이에는.

그르니에가 말한 '......'은 무엇일까요? 이 세상의 모든 것들 이어서 줄임말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요? 고양이의 육체와 생각 사이에 괴리가 없다면 분명 고양이가 바라보는 세상과도 괴리가 없을 겁니다. 물론 우리는 상상으로만 이 '일치'가 무엇이겠거니,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여러분은 사람일 것이고, 사람은 다름 아닌 인간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주인님이 아무리 좋다고 주인님 앞에서 '야옹 야옹' 귀여운 척을 떨어도 주인님이 그 귀여움을 무시하고 갈길을 간다면, 우리는 창피함을 느낍니다. 혹은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 겁니다. 거기서 FAIL 인 거죠. 




오늘은 행동과  생각 사이에 괴리가 없는 동물친구들을 일상으로 끌어들여와 봅시다. 동물을 키우고 계신다고요? 아주 좋은 관찰대상이 있으시네요! 동물을 안 키우신다고요?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세요. 베란다에서 새소리가 들릴 겁니다. 그 새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 모험을 해보세요! 마트를 가다가, 퇴근길에 돌아오면서 흔히 마주쳤던 작은 짹짹이들을 관찰해보세요. 그 동물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요?







하물며 어떤 절대의 세계에 다다르기 위해서 자기 자신과 일체의 인간적인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면, 한 마리의 동물보다 더 좋은 모델이 어디 있겠는가?




일상문학 숙제


1. 동물을 관찰해보자

2. 관찰한 것을 짧게라도 글로 써보자


*댓글창을 숙제하시는데 사용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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