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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ge Graph Jul 29. 2015

반짝이는 순간들

일상문학 여섯 번째 



이제 정말 여름이랍시고, 가만히 거실에 앉아 책을 보고 있으면 바깥에서 매미 우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줄 때면 그 매미소리조차도 즐겁고 경쾌한 여름의 상징이 되지만, 무덥게 찌는 날에는 '조용히 해!'라고 소리치게 되죠. 



하지만 가끔 매미의 삶에 대해 궁금해지는 날이 있습니다. 그것이 매미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되건, 측은지심에서 시작되건 말이죠. 쟤네는 왜 저렇게 울어제 낄까. 인생의 대부분을 땅속에서 보내고 나무에 올라와서 신나게 울어제 끼는 삶이란 어떤 삶일까, 하고 궁금해지는 날이요.



비슷하게는 개미도 있습니다. 제목을 반짝이는 순간들로 지어놓고, 왜 벌레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시겠지요. 매미나 개미는 빛을 받으면 반짝입니다. 특히 포동포동 살이 오른 커다란 개미의 머리가 햇빛을 받아 빛나는 모습을 보노라면, 너희가 개미계의 얼짱이야,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 개미가 인간의 발에 밟혀서 반동강 나있는 모습, 또 다른 개미 친구가 와서 그 친구를 등에 업고 지고 가는 모습을 보면 곤충친구들에게 생각의 반짝임을 얻을 때가 있습니다. 



Virginia Woolf


영국의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도 곤충에게서 이런 반짝임을 얻은 날이 있었나 봅니다. 그 날은 그녀가 자살하기 얼마 전의 날이었습니다. 글을 쓰다가 문뜩 창문 사이에 낀 나방을 본 그녀는 한참을 그 나방을 관찰했고, 혹은 나방이 그녀의 시선을 뺏었고, 그녀는 나방에 대한 글을 쓰게 됩니다. 그것이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The Death of the Moth>입니다. 창과 창 사이에 끼인 나방은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치지만 결국에는 죽고 맙니다. 


The body relaxed, and instantly grew stiff. The struggle was over. The insignificant little creature now knew death. As I looked at the dead moth, this minute wayside triumph of so great a force over so mean an antagonist filled me with wonder. Just as life hadbeen strange a few minutes before, so death was now as strange. The moth having righted himself now lay most decently and uncomplainingly composed. O yes, he seemed to say, death is stronger than I am.
나방의 몸이 축 늘어지더니 곧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버둥거리는 것이 끝난 것이다. 나방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작고 하찮은 생명이 이제 죽음을 알게 된 것이다. 정말 거대한 힘이 하찮은 반항자를 제압한 이 몇 분의 주변적인 승리는 나를 경이로움으로 채웠다. 몇 분전, 생명을 신기하게  느꼈던 것 만큼이나 이제는 죽음도 신기했다.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던 나방이 이제는 가장 조용하게, 불평하지 않고, 깔끔히 누워있는 것이었다. '죽음은 나보다 힘이 세.' 그래, 그는 마치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비단 매미, 개미, 나방과 같은 곤충이 아니라도, 우리는 얼마든지 작고 하찮은 것들, 혹은 크고 의미 없는 것들,  혹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것들에서 반짝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지나가는 아이의 미소, 아빠의 문자, 엄마가 삶아준 감자 .... 


삶의 의미란 거창하고 커다란 것이 아니라 그렇게 일상의 작은 반짝임들이 모여 이루는 것일지 모릅니다. 



“What is the meaning of life? That was all- a simple question; one that tended to close in on one with years, the great revelation had never come. The great revelation perhaps never did come. Instead, there were little daily miracles, illuminations, matches struck unexpectedly in the dark; here was one.” ― Virginia Woolf, To the Lighthouse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고요? 그건 정말 쉬운 문제예요. 삶에서 커다란 계시는 절대 오지 않아요. 대신 아주 작은 일상의 기적이 일어나죠. 어둠 속에 갑자기 켜지는 성냥처럼 말이죠."










일상문학 숙제


1. 반짝이는 순간을 만나봅시다.

2. 글로, 사진으로, 음악으로, 혹은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말로 그 순간을 포착해봅시다.


*사진 출처 : Zoo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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