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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아 Nov 15. 2022

영어 연음 이해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법(?!)

학습자의 책임을 넘어 네이티브의 윤리를 생각한다



"제가 드라마 같은 데서 연음을 잘 못 듣는 것 같아요. 말이 빨라지면 이해하기 더 힘들더라고요."


- "아 그러시군요. 연음 어렵죠. 저도 여전히 어려울 때가 있네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원어민 중심주의의 관점에서 봤을 때 영어로 하는 대화에서의 모.든.책.임.이. 비원어민 학습자에게 지워지는 경향이 있어요. 발음에 익숙하지 않아서, 연음을 못 들어서, 빠른 말에 적응하지 못 해서, '당연히 알아야 될 어휘'를 몰라서, 문법에서 실수를 해서 등등. 잘못은 늘 선생님이나 제가 지고 가야 하는 거죠. (웃음)


그런데 방금 말씀하셨듯이 상대의 말이 빨라서 연음이 힘드시다면 처음에 정중하게 요청을 하세요. 최대한 천천히 말해 달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그러면 천천히 이야기해 주는 게 당연해요. 입장을 바꾸어서 누군가가 제 한국어가 빨라서 이해가 안 된다고 할 때 그에 대해 짜증을 내거나 '그건 니 문제니까 나는 내 스타일대로 내 페이스대로 이야기한다' 하면서 계속 빠르게 이야기하진 않잖아요. 최대한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죠. 


생각해 보면 이건 너무 당연한 거예요. 혹시라도 선생님의 요청에도 계속 빠르게 제멋대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영어의 문제가 아니라 인격의 문제죠. 상대가 인격적으로 소통하고 있지 않은 거예요. 그런 면에서 원어민-비원어민 소통의 상황에서도 소통의 책임은 언제나 모두에게 있죠. 비원어민이 열심히 노력하길 바라는 것만큼 원어민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거죠. 소통은 언제나 쌍방향이고 그 상황에서 소통 참여자의 윤리는 원어민과 비원어민 모두에게 있으니까요. 


Photo by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이건 상황마다 조금 다르겠지만 순간순간 언어의 다양한 측면을 변주할 수 있는 역량은 비원어민보다 원어민이 더 풍부하게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능숙도가 '떨어지는' 비원어민은 말을 더 빠르게 하는 것 자체가 힘들죠. 그에 비해 원어민은 발화속도를 제어하는 게 어렵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까 해당 상황에서 말을 천천히 하는 건 원어민이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원어민으로 갖고 있는 의사소통의 자원을 함께 공유하는 일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이런 건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다문화, 다언어 시대에 '네이티브의 윤리'를 가르치는 일이 강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건 한국어와 영어와 같은 자연어의 영역 뿐 아니라 테크놀로지나 문화적 영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더 알면 유세를 떠는 게 아니라 함께 나누면서 살아야죠. 그게 뭐 대단한 일이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사는 게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잖아요. 


아울러 오늘의 주제는 아니지만 소통의 다양한 측면을 '원어민 vs. 비원어민'이라는 이분법으로 축소시켜 생각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한국인들끼리 한국어로 소통해도 오해가 얼마나 많은가요. 소통의 문제를 언어코드의 공유 여부나 해당 언어에서의 표준화된 능숙도로 환원시킬 수는 없는 거죠."


지난 번 김해 강연에서 나왔던 이야기를 복기해 보았습니다. 


#삶을위한리터러시 #네이티브의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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