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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아 Dec 28. 2022

캣츠랩(CATS Lab)에 합류합니다.

신상의 작은 변화를 알립니다

새로운 모험을 떠납니다.


강사생활 11년 차, ‘신규’라는 수식이 어울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읽고 쓰고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 익숙하진 않습니다. 다시 읽는 논문은 전혀 다른 차원을 드러내고, 쓰기의 무게는 어찌해도 가벼워지지 않습니다. 배움에 더 힘써야 하건만, 먹고사니즘을 핑계로 완전한 무지에서 겨우 벗어나는 일로 위안을 삼습니다. 이 모든 일이 몸을 통해 실연되는 강의야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부끄러운 날들이 쌓여 갑니다. 이런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많은 분들의 위로와 응원 때문입니다. 서로 기댈 수 있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동료 연구자들이 있음에 늘 감사합니다. 허다한 허물을 덮는 사랑 덕에 여정은 계속됩니다.


삶은 녹록치 않습니다. 더욱 힘겹게 분투하고 계신 분들이 있음을 잘 알지만, 강사로서 살아가는 일 또한 만만치는 않은 것 같습니다. 방학이면 또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연구와 실천, 교육을 놓지 않는 분들이 있어 희망을 얻습니다. 다 잘 될 거라는 환상이 아니라, 함께 걸을 때 좁고 험한 길일망정 지어갈 수 있다는 희망 말입니다. 


몇 주 전 대학 안팎에서 집필과 강의노동을 하고 계신 선생님들께서 귀한 자리에 초대해 주셨고, 몇 차례의 서신과 회의를 거쳐 CATS Lab(Space for Culture, Art, Technology & Society)에 합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제 프로필 사진이 내내 고양이였던 게 결정적인 사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예전부터 함께 공부하고 글쓰는 동료 선생님들이 계셨지만, 이름을 가진 공동체에 발을 들여 놓는 것은 처음입니다. 순전한 우연이였고, 어쩌면 운명이었을 겁니다. 먼발치에서만 뵙던 분들이라 선생님들의 면면은 알지 못 했지만 늘 신뢰를 주던 분들이었기에 마음을 열었습니다. 연구공간과 활동에 대한 대략의 방향을 그려 놓으시고, 무엇보다 발품이 많이 드는 공간 마련까지 끝내 놓으신 상황이었기에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합류를 택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전혀 다른 공간과 연결 속에서 모험을 시작합니다. 캣츠랩에서는 방학 집중강좌와 세미나를 운영하고, 중장기적으로 콜로키움 등을 개최하면서 문화, 예술, 기술, 사회를 엮어 나가는 작업을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사실 응용언어학자인 제가 좀 생뚱맞게 들어간 느낌인데요. 리터러시 연구, 응용언어학, 사회언어학 등이 이 모든 영역을 새롭게 보면서 경계를 넘는 연구와 실천을 도모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합니다. 무엇보다 캣츠랩 동료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제 좁은 인식과 배움의 지평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이 모든 게 벅차게 감사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걱정도 됩니다. 혼자 하는 일은 아닌지라 동료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대며 길을 내겠지만, 기업이나 대학과 같은 기성조직 밖에서 독립학술단체를 출범시키고 키워가는 일이 수월할 리 없습니다. 그야말로 광야에 던져진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처음에는 좀 신나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요. ^^


캣츠랩의 둥지는 2호선 신촌역에서 5분 거리입니다. 1월 공식 오픈과 함께 캣츠랩 방학집중강좌와 신유물론, 바디우 입문, 인공지능 등을 주제로 한 세 개의 세미나가 열립니다. 예고 드린 대로 저는 2016년 이후 진행해 온 영어논문쓰기 강좌를 업그레이드하여 집중강좌를 진행합니다. 내일쯤 상세 공지를 올리겠습니다. 


저를 비롯하여 새로운 길을 떠나는 연구자들에게 마음을 보내 주시기를 조심스럽게 부탁드립니다. 아래 소개문에서 캣츠랩의 지향과 활동방향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 만든 빈 페이지이지만 좋아요와 팔로우로 응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부디 따스한 성탄절 보내시기를 빕니다.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CATS Lab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catslab126



CATS Lab(Space for Culture, Arts, Technology, & Society)은:


1. 횡단하는 연구자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CATS Lab은 대학과 제도권 교육의 안과 밖을 횡단하면서 이론과 실천, 삶과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연구자들의 공간입니다. 우리는 소세키의 고양이처럼 사람들이 두 발 딛고 서 있는 지면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고, 다양한 생각들을 공글리며, 저마다의 우주를 품은 몸-마음과 공명합니다. 그 가운데 가로지르는 삶이 모이고 환대하며, 공부하고 상상하는 공간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2. 다양한 경계들로 만들어진 세계입니다.


CATS Lab은 문화와 예술, 기술과 사회의 영역을 살핌과 동시에, 이들이 엮이고 충돌하며 만들어 내는 세계와 틈, 다양성과 아름다움, 권력과 불평등에 주목합니다. 우리는 이미 구획된 세계로 진입하기 위해 경계를 넘는 것이 아니라, 경계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탐색하고, 연구하고, 기획하고, 생산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CATS Lab은 다양한 경계들로 만들어진 세계입니다. 


3. 지속 가능하며 느슨한 연대를 지향합니다.


CATS Lab은 삶과 사회, 나아가 자신의 변화가 지난한 과정임을 명확히 인식합니다. 지식과 실행, 고독과 결속, 쉼과 노동, 유희와 천착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지 않는 모임은 생기를 잃고 이내 흩어집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공부, 서로의 잠재력을 착취하지 않는 협력,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실천을 추구합니다. 느슨한 연대 속에서 서로의 삶에 스미는 연구와 실험을 꿈꿉니다. 


경계를 횡단하지만 기성의 영토에 편입되지 않는 다양한 경계들의 연대체 CATS Lab. 동료 연구자, 활동가, 시민 모두를 위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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