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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이 내게 가르쳐준 것

by 가이아


<머니볼>의 마지막 장면을 종종 찾아서 본다.

흔한 스포츠 영화일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로 다가가는 것 같다.


누군가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놀라운 반전으로 기억할 것이고

누군가는 통계적 세계관이 열어젖힌

새로운 야구에 대한 이야기로 기억할 것이다.

누군가는 실패와 성공에 대한 철학으로 읽을 것이고,

누군가는 팀과 리더십에 대한 우화로 읽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잘 녹아든 영화이지만

나에겐 마지막 장면이 유독 깊이 남아있다.


moneyball.jpg


주인공 빌리 빈은 운전을 하며

딸이 녹음해 준 CD를 플레이한다.

가사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발번역)


"난 그냥 중간에 끼인 것 뿐이예요.

인생은 미로이고 사랑은 수수께끼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고,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시도해 봤지만.

왜인지는 모르겠어요.


...


아빤 정말 루저예요.

아빤 정말 루저예요.

아빤 정말 루저예요.

그러니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겨요."


(I'm just a little bit caught in the middle

Life is a maze and love is a riddle

I don't know where to go, can't do it alone I've tried

And I don't know why


...


You're such a loser, Dad

You're such a loser, Dad

You're such a loser, Dad

And just enjoy the show)


카메라는 클로즈업을 계속하여

흔들리는 차 안, 눈물이 맺히는

빌리의 눈으로 빨려들어간다.

그리고 화면에 제시되는 '에필로그'.


"빌리 빈은 레드삭스의 연봉 1250만 달러 단장직 제안을 거절하고 오클랜드 구단의 단장으로 남았다. 2년 후 레드삭스는 1918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오클랜드의 야구 철학을 받아들인 덕분이었다. 빌리는 여전히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내게

'자리를 지킨다'는 것에 대한 유비로 남았다.

여전히 '자리를 잡으라'는 메타포가 내게 던져지지만

그때마다 자리를 잡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지금도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수많은 빌리에게 존경과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노래를 읊조린다.

'루저'이지만 이 시간을 즐겨 보자고.


마지막 장면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Rnyp3jnOq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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