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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우화] 두 세일즈맨 이야기

by 가이아


A는 제품의 특성을 세심하게 설명해 준다. 고객을 생각해서 장점 뿐 아니라 단점이 있음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질문을 받으면 매뉴얼을 찾아 보고 차근차근 답해주려 하기에, "아 이건 잘 모르겠는데 좀더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를 입에 달고 산다. 자신의 한계에 솔직하고 그걸 메워나가는 스타일이다.


B는 제품을 한 두 마디 슬로건으로 깔끔하게 정리한다. 파는 것 자체가 목표이기에 늘 "이 제품은 정말 좋습니다. 누구든지 손쉽게 사용할 수 있어요. 단점이라고 한다면 단 하나, 단점이 없어서 다른 제품을 못쓰시게 될 거라는 점이죠!"라고 외치고 다닌다. 말재간으로 한계를 넉넉히 커버하는 스타일이다.


A의 성찰적인 꼼꼼함은 '지식의 부족'과 '우유부단'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B의 근거없는 자신감은 '확실한 정보'와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평가로 돌아온다. 급기야는 A는 물건을 팔 생각도 없다는 소문이 퍼진다. B의 수익은 점점 증가한다.


A는 스스로를 전문가라 생각하지만 세상은 A의 존재 자체를 망각한다. B는 스스로를 장사꾼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이 '전문가'라 불러주는 게 좋다. 복잡한 이야기 싫어하는 언론도, 장사가 젤 중요한 타 회사들도 B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복잡한 걸 복잡하다 말하는 사람은 골방에 갇혀 있는데, 복잡한 거 하나 없다 외치는 사람은 '전문가'가 되어 온 세상을 향해 웃는다.


이제 세일즈 맨은 하나만 남았다.

전문가의 역할도 오로지 그의 것이다.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삶을위한영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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