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떤 역설

더 많은 글이 더 깊은 삶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

by 가이아

1.

아마도 우리는 역사상 타인의 삶을 가장 많이 읽어내는 세대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책을 덜 읽는다고 하지만 뉴스와 블로그, 소셜미디어와 채팅방의 텍스트로 순간순간을 채운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연대로 나아갔는가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2.

더 읽고 더 안다고 생각할수록 넘지 말아야 할 선,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금, 감히 넘보지 말아야 할 경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연결이 많아질수록 오해는 증가하고 상처는 깊어가고 곱씹는 밤은 깊어간다.


3.

삶을 배반하는 글이 쓰이지 않고 앎만 부풀리는 독서가 퍼지지 않기를. 과중한 짐(overload)이 되는 정보가 아니라 서로를 보위하는 지혜가 넘쳐나기를. 진실로 슬퍼하는 자들에게 복이 있기를. 아파하는 자에게 함께 아파할 벗이 있기를.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murat-onder-EWDCeCUz8Ho-unsplash.jpg Photo by Murat Onder on Unsplash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전미심리학회 트랜스젠더 가이드라인 및 한국어 요약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