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당신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말의 온기
재작년 가르쳤던 학생에게서 메일이 왔다. 원하는 대학원에 합격했다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가면 된다고.
뛸듯이 기뻤다.
몇달 전 그는 내게 몇 통의 추천서를 부탁했다. 난 주저했다. 여러 면에서 뛰어난 학생이었기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나는 일개 시간강사였다. 아무래도 교수 직함을 가지고 있는 명망있는 선생에게 받는 것이 나아 보였다. 정중히 거절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나를 설득했다. 단지 한 학기 수업을 들었지만 자신을 가장 잘 평가할 수 있는 사람에게 추천서를 받고 싶다고, 다른 교수님께 추천서를 받는 것이 더 나아 보일지는 모르지만 나에게 추천을 받는 것이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해줘서 많이 고마웠다.
강사 생활 몇 해, 자괴감이 쌓여간다. 이 바닥에서 뭔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조금씩 사라져간다. 그 와중에 나를 지탱하는 것은 내가 "완전히 쓸모없는 인간은 아니라는" 생각을 주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학생들이다.
돌아보면 인생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수 있었던 순간들은 나의 의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시간, 기꺼이 버팀목이 되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반발짝씩이나마 계속 걸어갈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무척이나 운좋은 사람이다.
다시 한 번 '가진 것 없는' 사람을 믿어준 그가 참 고맙다. 새로운 곳에서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기를, 건강히 공부를 마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이젠 나의 선생이 되어 돌아오길 빌어 본다.
나의 자리가 어디인지 어지러운 마음이 찾아들 때
다시 찾아 읽는 읽는 글.
얼마나 자주 넘어지는지,
또 얼마나 자주 이렇게 누군가의 손을 잡고 일어나는지.
#배움의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