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연구, 내러티브, 그리고 연구자의 태도
내러티브 연구는 '즉답'을 의도적으로 회피한다. "당신은 OO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느냐?", "OO에 대해 어떤 감정이 느껴지느냐?" "OO 때문에 어떻게 변화했느냐?"고 묻기 보다는 "OO에 대해 이야기해 보라."고 질문한다. 이런 점에서 내러티브 연구는 서베이와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지닌다.
이야기가 주는 답은 명확하지 않다. 때로 장황하며 두서가 없다. 한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를 끌고 들어오며, 인물, 사건, 감정, 갈등, 관계 등이 마구 얽혀 있다. 이 속에서 연구자는 일정한 패턴을, 이야기 밑을 흘러가는 흐름(undercurrent)을 찾는다. 그런 면에서 내러티브 연구는 이야기를 만드는 인간의 마음을 말과 글, 때로는 그림이라는 매체로 외화(externalize)하고, 그렇게 외화된 세계를 재료로 마음의 패턴을 찾아간다. 마음을 쏟아 관찰 가능한 내러티브를 만들고, 그 내러티브에서 관찰 불가능한 마음의 지도를 그린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마음의 패턴이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겪음으로써 존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특정', '시간', '공간' 모두가 주요한 키워드로 작용한다. 내러티브 연구는 개인의 경험을 삶의 특수한 시공간에서 분리하지 않고 그 정수에 다가가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간을 특수한 시공간의 흐름에 위치시키는 일, 그것을 우리는 이야기 혹은 내러티브라 부른다.
즉답을 구하지 않으며 최소한의 추상화/일반화라는 원칙을 가지고 개인의 경험을 다루려는 태도는 내러티브 방법론의 핵심을 이룬다. 내레이터(narrator)와 함께 돌아돌아 '그때 그 곳'으로 가보려는 태도, 그런 느릿한 여정을 삶과 연구의 기본으로 여기려는 마음이 내러티브 연구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러티브 연구자에게 던져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자세히, 편견없이, 겸손히, 담담히, 오래오래 누군가의 삶에 귀기울일 자세를 갖추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