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히 가세요."는 "Go in peace."?
사춘기 이후 영어를 배운 학습자들은 "How are you?"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 설명하려고 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뭔가 설명하려고 하는데 쓱 지나쳐 가는 상대를 보며 '어떠냐고 물어서 어떤지 대답하려고 했는데 그냥 가버리네?' 같은 느낌을 받았던 상황 말이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친구들의 "How are you?"에 장황한 근황토크를 늘어놓은 경험이 있다. 이 자리를 빌어 니-이야기-듣자고-인사한-건-아닌데 표정을 짓지 않고 나의 화용론적 실수에 웃음으로 답해준 그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머릿속으로는 "안녕?" 혹은 "안녕하세요?" 정도의 의미라는 걸 알고 있지만 답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것은, "How are you?"가 가진 문자적 의미(literal meaning)와 의문문 구조가 사고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어보니까 대답해야지' 생각이 아니들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누군가의 우스개 소리처럼 "What's up?"이라는 질문에 "The blue sky"라 답하고, 자동차 사고로 피를 흘리는 가운데서도 "How are you?"에 대해 "Fine thank you. And you?"를 시전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덧. 문지혁의 소설 <초급한국어>에는 "안녕하세요"를 "Are you in peace?"로, "안녕히 가세요"를 "Go in peace."로 번역하여 외국인에게 가르친 한국인 강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졸지에 한국인들은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엄청난 깊이(?)의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이 된 것이다.
Are you in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