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천의 변증적 관계수립을 위하여
"사범대에서 배운 게 별로 소용이 없어요."
졸업생들에게 가끔 듣는 이야기다. 사범대 예비교사교육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과의 경우) 교과교육론, 교육방법론, 각종 언어습득 이론 등이 현장에서 별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이해가 된다. 사범대 교육과정이 현장과 유리되어 있다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를 인정하면서 이러한 지적에 한 가지 이야기를 더하려 한다. 바로 사범대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지식과 현장에서의 실천이 필요로 하는 지식 사이의 존재론적 차이다.
사범대에서 배우는 지식은 이론적(theoretical) 성격이 강하다. 이들 지식은 기본적으로 추상화된 명제들과 개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론의 성격상 일반화하려는 힘(generalizing force)이 강할 수밖에 없다. 최대한 많은 영역과 사례를 포괄하려는 힘 말이다.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은 무엇보다 체화된 지식(embodied knowledge)이다. 이것은 해당 시공간에서 특정 주체들이 행위하는 방식을 향한다. 현장에서는 인간과 인간이 만나고 부딪치며 갈등한다. 교과서와 교육과정은 대개 그러한 상호작용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교과교육에 '관한' 지식은 교사 및 학습자의 '직접적' 행위와는 다른 층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이론적 지식을 주로하는 사범대 교육과정이 현장에서 '별 무쓸모'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론은 실천으로 매끄럽게 번역(translate)되지 않으며, 실천의 맥락은 제각각이다. 이론은 더 많은 맥락을 포섭하려 들지만 특수는 언제나 매끈한 이론적 진술에 균열을 낸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많은 일들이 필요하다. 다만 사범대 교육과정을 실질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재정적, 제도적, 인적 변화가 필수적인데 이걸 쉽게 이룰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필자도 실천의 영역에서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실제 교사로 일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기에 학생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상상하기'를 실천하려고 한다. 특정한 이론과 개념이 나왔을 때 그것이 어떻게 현실과 만날 수 있는지를 진지하고 상세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실천과 이론을 연결시킬 수 있는 활동을 권장한다. '하던대로 하는 과외'나 '배운대로 가르치는 멘토링'을 넘어 지금 당장 학생들의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이론은 무엇인지, 한국상황에서 수정되어야 할 이론적 개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이론과 실천, 추상적 지식과 체화된 지식이 서로 침투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수밖에 없다. '이론이 쓸모가 없다'고 선언하기 전에 이론과 현실의 접점을 마련해야 한다. '뭔가 하긴 하는데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나오기 전에 현실을 이론화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개념의 세계와 상호작용의 세계가 서로를 자극하고 함께 발달할 수 있도록 수업을 조직하는 것이다.
사범대에서 배운 게 소용이 없는가? 어느 정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가 가질 수 있는 가치를 너무 쉽게 기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학교육과 교직경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교사의 성장을 추동해야 한다. 그 둘을 잇는 활동에서 필요한 것은 상상력(imagination)과 성찰(reflection)이다. 이론은 늘 현실을 상상해야 하고, 현실은 성찰하며 개념을 형성해야 한다. Lewin의 말처럼 "좋은 이론만큼 실용적인 것은 없다 (Nothing is as practical as a good theory)". 한 가지를 더하자면 철저히 성찰된 실천만큼 강력한 것도 없다(Nothing is as rigorous as a well-examined pract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