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은 선할 수 있는가, 혹은 선함과 영향력은 누구의 것인가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이 종종 보입니다. 이 말이 살짝 불편해서 왜 그런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우선 제가 느끼기에 "영향력"은 의도적임에 반해 "선함"은 외부로 향하는 방향성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선함'이 묵묵히 살아가며 성찰하는 이들에게 속한다면 '영향력'은 타자의 세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자신을 알리고 높이려는 이들에게 속한달까요. 그런 면에서 타인을 변화시키겠다는 의도를 꾸미는 말로서 '선한'은 꽤나 어색해 보입니다.
2. 어원을 정확히 확정할 수는 없지만 '선한 영향력'이 개신교에서 종종 쓰였다는 점도 불편함을 일으키는 데 한 몫을 담당하는 것 같습니다. 종교적 맥락에서 머물렀으면 하는 표현이 사회정치적 영역으로 '뛰쳐나온' 상황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너무나 'K-개신교'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요.)
3. 마지막으로는 계급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 '선한 영향력'이 소환되는 것은 사회적 명망을 가진 이들의 선행을 묘사할 때입니다. 그 결과 그들은 '선함'과 '영향력'을 모두 소유하게 되죠. 적어도 담론의 지형에서만큼은 그렇습니다. 자신들이 의도하진 않았을지 모르겠지만 '선함'과 '영향력'을 동시에 지닌 존재로 누군가가 등극할 때 주변화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균등하게 배치되는 문화자본이 더더욱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꼴이 됩니다.
저는 이러한 이유에서 '선한 영향력'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선한 영향력'의 지대한 영향으로 제 생각도 바뀌게 될까요? 언어도 제 생각도 바뀌기 마련이지만 아직은 '선한 영향력'이 자연스레 받아들여지질 않네요.
물론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