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지상주의와 말의 풍경에 대하여
말길을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생각의 너비와 깊이, 무게와 속도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난 길로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오갑니다. 하지만 최고의 편의성이 생을 더 낫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조심조심 손으로 땅을 파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풀이 스러지지 않을까, 벌레를 죽이는 것은 아닐까, 개미집을 무너뜨리는 건 아닐까 고민하며 흙을 고르고 돌을 골라내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탄탄대로를 내진 못하지만 자신의 삶에 꼭 맞는 만큼의 공간을 살뜰히 가꾸어 친구들을 초대합니다. 작은 공간도 따스함으로 채우면 넉넉하다고 믿지요.
반면 대형 포크레인으로 말길을 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땅을 파내고 길을 다지는 것입니다. 섬세함은 미덕이 아닌 해악입니다. 주저함 없이 기계를 부려 더 많은 땅을 갈아 엎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성능 좋은 중장비를 추가로 대여해야 하고요.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중요합니다. 길냄의 과정에서 '부수적 피해'는 피할 수 없습니다. 이후의 편리가 피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생각을 자기도 모르게 품고 삽니다.
누구도 완벽히 전자나 후자에 속하진 않을 겁니다. 그 사이에 무수한 스펙트럼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편을 지향하는지 판단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적지 않은 이들이 길을 내는 '포크레인 기사'의 뒤를 따르는 시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개발지상주의는 국토와 자원의 개발에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내는 말길에도 존재합니다. 어떤 길을 낼지, 아니 어떤 생태계를 만들어갈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렸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이 참 한가하고 나이브한 소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들이 터준 대로를 달리는 게 편리하다는 걸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