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입장에 서다, 다른 세계를 만들다
서울의 한 지하철 승강장이다. 다수자((비장애인)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한글로 된 정보가 1차적이고 그림 정보는 2차적이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라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이미지이지 텍스트가 아니다. 시각을 상실한 장애인의 경우라면 어떤 것도 정보가 되지 못한다. 물론 이들 사이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한국인이라고 모두 한글에 익숙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외국인 중에서도 한글의 일부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시각장애도 그 폭이 넓기에 적절한 테크놀로지를 사용해 정보에 접근하기도 한다. 성향에 따라 그래픽을 주로 보고 글자를 넘길 수도 있다. 동행인이 있는 경우엔 더욱 다양하고 역동적인 정보구성이 가능하다.
세계는 물리적 완결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 속에서 그때그때 새롭게 구성된다. 그 구성의 과정에서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일, 모두의 리터러시를 구현하는 일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권력의 불평등과 비대칭이 모든 공간과 기호에 스며들어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은 비판적 장소기호학 critical geosemeotics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