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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Jul 26. 2022

분실

아마추어의 시행착오

 내가 처음 글이라는 걸 쓰기 시작한 건 15세부터였다. 중학생 시절 짝사랑하던 같은 학교 선배에게 줄 러브노트를 채우기 위해 수많은 시를 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 시간들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면 얼마나 많은 습작을 보유하고 있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난 미니멀 라이프다. 그리고 버리는 습관은 글 쓰는 데 가끔 독이 되기도 한다. 15세부터 글 연습을 했던 나는 2001년 인터넷 소설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잘 기억나지 않는 계간지에 공모를 했는데 심사평에  두 작품을 두고 고심했다는 글을 읽었다. 그중 한 작품이 내 글이었다. 그러나 나는 당선작에 선정되지 못했다. 아직도 정확히 기억나는 건, 소설에서는 경어를 쓰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고려하지 않은 서술방식이라며 이 점이 아쉽다고 했다. 그 글은 아직도 그 자체로 퇴고하지 않은 채 보관 중이다. 그리고 지금 난 그 글을 다시 손 보고 있다. 20년 만에 퇴고를 시작한 것이다. 


 어리석게도 그 작품 하나만을 빼고는 모두 분실했다. 저장 매체의 분실도 있었고, 고장도 있었지만 어쨌든 내 불찰이고, 작가로서 가져야 할 저장 습관화의 부재다. 잘 쓴 작품이든, 맘에 들지 않는 작품이든 어쨌든 내겐 한걸음이다.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난 여기저기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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