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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Aug 03. 2022

무엇이 악마를 만들었나

-영화 『케빈에 대하여』(티캐스트, 2012)를 보고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2012년에 개봉한 영화로 올해  딱 10년이 지난 작품이다. 장르는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드라마'지만 결코 드라마가 될 수 없는 비극적인 난사(亂射)가 핵심소재이다.

영화는 기승전결의 순서를 따르지 않았다. 그것은 에바(틸다 스윈튼)의 고통스러운 삶을 영화로 하여금 더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기법으로 작용기도 .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케빈(에즈라 밀러)과 에바의 관계에 대해 물음표를 던졌다. 그리고 그 물음표는 마치 다시는 건져 낼 수 없는 바다 깊은 곳의 암초처럼 장면마다 깊숙이 박다. 

영화를 시작하는 전반부부터 후반부까지 에바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붉은색은 정작 난사의 장면에서는 빠져있다. 그것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줄거리가 진행되면서 내가 던진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그 붉은색은 그녀의 죄책감이었고, 남은 인생에 대한 무게를 의미했다. 그리고 필름은 사건 후 에바의 삶과, 사건 전 에바의 일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러나 케빈에겐 그것이 없었다.


영화 속 케빈은 끊임없이 에바를 괴롭힌다. 어쩌면 그 시작은 프랭클린(존 C. 라일리)과의 섹스에서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위험한 날이냐"물었던 프랭클린의 질문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 16년 후 대형 사건의 중심인 케빈이 생겨나게 된 정말 '위험한 날'의 복선이기 때문이다. 에바는 그날 이후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에서부터 괴롭힘을 받는다. 위험한 날의 시작인 것이다. 

마침내16세가 된 케빈은 에바를 가장 치명적으로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을 찾기에 이른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영화에서 에바는 케빈에게 활 쏘는 장면을 묘사하는 동화를 읽어준다. 그리고 프랭클린 역시 케빈에게 활을 가르치고, 활을 선물한다. 범행 도구 역시, 활이다. 영화는 활을 두고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그것은 '환경'이다. 부모가 지속적으로 범행 도구를 노출시킨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이를 복선으로써 활용했다. 사건의 중심에 케빈이 있었던 이유를 영화는 어떻게든 가족과 엮고 있었다. 어쨌든 자유롭지 못 한 건 부정할 수 없다.


-내가 당신을 이겼어.


대사는 없었지만 범행 후 현장에서 연행되는 케빈의 표정에서 난,  저 세 단어 느꼈다. 에바의 가장 소중한 것을 짓밟는 것. 에바에게서 그녀의 남편과, 딸과, 아들을 빼앗는 데 성공한 것이다. 케빈에게 자신의 범행은 그저 에바를 격정적으로 괴롭히는 방법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서 정말 원했던 건 그것이 아니었다. 영화 중반부 케빈이 에바에게 했던 말에서 난, 그가 정말 원했던 게 무엇인지 정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익숙한 거랑 좋아하는 것은 달라. 엄마도 나한데 익숙하잖아.


케빈은 분명 에바의 농도 짙은 관심을 얻고자 했고, 진심으로 보호받고, 사랑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방법이 틀렸기에 그가 그토록 원했던 것도 채워지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 그랬어야만 했는지.

그 어마어마한 사건의 가운데 왜 자신이 있어야 했는지.

케빈의 마지막 대사에서 그의 마음이 함축되어 있었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


영화는 케빈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지면서 막을 내린다. 마지막으로 여운이 남았던 질문을 던져볼까 한다. 영화는 왜 에바의 임신 과정을 필름에 담았을까. 어쩌면 에바의 죄책감은 그날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 영화평을 쓰면서 글 쓰는 작업이 어렵다는 걸 새삼 느낀다. 영화를 돌려보고 장면을 떠올리고 대사를 받아 적으면서 글을 완성했다. 이제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케빈에 대하여'를 읽을 차례인 것 같다. 책은 또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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