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구찌, 디올, 에르메스. 이 제시어들이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은 명품이라 답할 것이다. 틀린 대답은 아니지만 정확하게는 사람 이름이다. 가브리엘 샤넬, 구찌오 구찌, 크리스챤 디올, 티에리 에르메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 명품은 사람 이름으로 시작한 브랜드이다. 그리고 난 그들의 작품을 사랑한다.
수년 전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 적이 있다. 로마 중에서도 쇼핑의 천국이라 불리는 Via Condotti. 이탈리아를 처음 방문한 나로서는 그 규모와 인파에 압도당했다. 흔한 프라다부터 처음 듣는 명품까지 크고 작은 상점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Via Condotti 거리 끝자락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상점들이 많다. 명품관이 집중된 Via Condotti 중심거리와는 대조적으로 좌판에 물건을 진열해놓고 팔고 있다. 남대문이나 동대문에서 볼만한 호객 행위는 없다. 그곳 대부분 간판은 허름했고, 고객을 에스코트하는 매장 점원도 없다. 다만 가방을 직접 만들어 파는 가죽 공예사가 있을 뿐이다. 가방의 브랜드는 하나 같이 공예사나 디자이너의 이름을 따다 붙였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문화다. 그들의 이름을 새긴 간판 하나마저도 명품의 향기가 났다. 마치 이탈리아 자부심이 명품을 만든 것처럼.
이탈리아에서 또 다른 볼거리는 이탈리아 안의 작은 나라, 바티칸이다. 바티칸시티가 수도이며, 전 국민이 1,400여 명 남짓되는 아주 작은 나라이다. 로마 시내 한가운데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관광지로 유명하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성벽 주변에 바이올린 연주자를 보거든 절대로 사진을 찍지 말아라. 공짜는 없는 법, 팁은 예의다. 적당한 팁을 주면 함께 사진도 기분 좋게 찍어준다. 바티칸 내의 바티칸 미술관은 놓칠 수 없는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그곳을 들어서면 내부의 웅장함에 놀란다. 수많은 그림들과 천장의 벽화는 감탄만으로는 부족할 지경이다. 궁전 내부의 모든 조각상은 대부분 600~700년 이상된 작품들이지만 보존이 워낙 잘 되어 있고 견고하여 연신 사진을 찍게 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주의할 점이 있으니, 잦은 카메라 후레시로 유물들이 훼손되어 카메라 후레시는 되도록 지양하고 있다. 어떤 경우든, 하이라이트는 항상 가장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미켈란젤로의 작품 '천지창조'는 미술관 내부 한 곳의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 장엄함은 사진에 모두 담을 수 없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 방송사 NHK에서 바티칸과 계약하면서 '천지창조'의 촬영권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로마에서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콜로세움이다. 일단 들어서면 그 웅장함에 압도당한다. 그리고는 묘하게 어둡고 습한 분위기에 취한다. 딱히 전시되어 있는 작품이나 조각상이 없음에도 난 아직도 콜로세움을 잊을 수가 없다. 수많은 동물, 인간들이 죽어나갔을 원형의 도가니. 그것은 죽음의 도가니였으리라. 실제로 콜로세움은 전쟁의 포로와 맹수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일어났던 곳으로, 반드시 둘 중 하나는 죽어나가야 하는 블랙홀이다. 그 기운 때문인지 사뭇 엄숙해지기까지 했다. 이곳의 입장료는 인당 16유로. 한화로 2만 원이 넘는 돈이니 카페 하나 간이매점 하나 없는 건축물의 관람료치고는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탈리아에 왔다면 꼭 한 번 콜로세움을 경험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소소한 팁 몇 가지를 주려고 한다. 첫 번째로 뻔하지만 돌아서면 아쉬울 여행 장소, 트레비 분수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여파로 트레비 분수 앞은 아이스크림 가게들로 넘쳐나고 생각보다 길이 좁아 아주 정신없다. 하지만 명품거리와, 스페인 광장이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좋다. 두 번째 팁은 역시, 피자다. 피자의 원조국가, 이탈리아. 대한민국에 떡볶이와 순대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아이스크림과 피자다. 길거리에 파라솔을 펼쳐놓고 여유롭게 먹는 것이 피자다. 그리고 아무 피자집이나 들어가도 하나같이 맛있다. 마지막으로 길을 물을 때 팁, 이탈리아의 지하철은 'subway'가 아니고, 'metro'다. 'subway'라고 하면 대충 알아듣겠지, 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꼭 기억하길 바란다.
역사, 감성, 낭만, 현대를 한꺼번에 아우르는 도시, 로마.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을 꺼내 글을 쓰는 내 모습만 봐도 검증한 셈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