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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Sep 12. 2022

아버지의 방문

40분의 쉼터

2022년 한가위를 하루 앞둔 오후, 아버지 집으로 찾아왔다. 딸 집에 오면 오래 머무는 법이 없는 우리 아버지. 딸 시집보내면서 뭐 하나 해 준 것이 없다는 미안함때문이라고 짐작하고는 있지만 그런 아버지가 늘 마음 쓰여, 오히려 편하게 오시고 싶을 때 오시고, 가시고 싶을 때 가시라고 당신 마음에 맡긴다. 요즘 아파트는 왜 이렇게 주차가 힘드냐면서 불평을 하며 등장하시는 아버지. 일흔이 넘으신 아버지께 주차 차단기 앞에서 동, 호수를 입력하고 비밀번호까지 입력하기란 쉽지 않을 터다.


"지하 1층 인디, 이젠 뭐 눌러야 하냐?"

"아휴. 아빠, 딸네 집에 몇 번을 오시면서. 1203 누르셔. 그리고 호출."


동시에 울리는 초인종 소리. 아버지는 항상 이렇게 우리 집을 호출하신다.  

아버지는 그날도 어김없이 한 시간을 채우지 못하시고, 불편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계시다가 가셨다. 시간은 6시 반을 넘기고 있었다.


"식사라도 하고 가시지, 꼭 맘 불편하게 잠깐 있다가만 가시더라."


아버지를 배웅하며 속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뱉어내버린 나에게 아버지 또한 불편하다며 당신 집이 편하시단다.


"다음에 오실 땐 꼭 주무시고 가셔. 운전 조심하시고."


이젠 운전도 놓으실 때가 됐지만 아직 현역에 계신 터라 그도 쉽지 않다.

다음날, 캄캄한 방 안을 가득 메운 100년 만의 보름달은 아버지의 사랑만큼이나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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