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 설 Sep 15. 2022

커피

커피의 유혹

며칠 전 사무실에 원두커피머신이 새로 들어왔다. 구내식당에 차 한 대 값 하는 고급 머신이 두 대나 있지만, 커피 한 잔을 위해 약 300m를 왕복으로 다녀오기엔 직장인들에게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그리고 꼰대의 눈치도 한몫한다. 비약하게나마 직원들끼리 회비를 모아 구비해놓은 믹스와, 블랙커피가 입가심을 대신하고 있었는데 새로 들어온 머신은 그야말로 오아시스였다. 그날부터 사무실은 칙칙한 냄새로부터 해방되고 은은한 커피 향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일단, 그것부터 날 유혹했다.


직원들 대부분,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난 후 커피를 마신다. 그래서 늘 12시 10분에서 20분 사이는 커피머신 앞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식당에 있는 머신은 향을 풍기지 못한다. 식당의 온갖 음식 냄새들과 섞여서 나를 유혹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무실 내에 자리 잡은 머신은 작은 몸짓에 몸값도 식당 것보다 못 미치지 못하면서도 방해하는 냄새가 없으니 고유의 향을 풍기며 모두를 유혹한다. 머신 앞에서 가만히 버튼을 누르면 원두 갈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나면서 뜨거운 물과 함께 컵 안에 얌전히 담긴다. 그때 그 위로 수증기와 함께 뿜어내는 향은, 남은 시간까지 일 할 에너지를 만들기도 한다.


"전대리, 커피 한 잔?"


오늘도 점심시간이 한 참 지난 이 시간,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커피 향을 퍼뜨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청첩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