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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Nov 17. 2022

마음을 주는 당신에게

―고수리 에세이 『마음 쓰는 밤』(창비, 2022)를 읽고

 고수리 작가가 최근 발간한 『마음 쓰는 밤』은 그녀의 하루하루를 풀어쓴 에세이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작업을 하며, 어떤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지, 글감은 어떻게 찾는지까지 책은 그녀의 일상을 묘사하면서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작가, 특히 에세이스트는 일상에서 글감을 찾는다. 소설처럼 허구가 될 수 없고, 너무 철학적이어서도 안된다. 특별하지 않게 스며드는 내용이 독자의 울림을 줄 수 있다. 난 그것이 에세이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마음 쓰는 밤』은 따뜻한 모닥불 앞의 모습을 닮았다. 그곳에서 우린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마주치고 마음을 보듬는다. “너는 어때? 너는 어떻게 살았어? 너도 한 번쯤 하고 싶은 이야기 있지 않았어?”(「우리에게는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 ‘인간극장’의 취재작가로 일하면서 수많은 사람의 삶을 듣고 공감해주면서 그녀 자신에 대해서 사유한다. 사실 그녀는 적극적으로 글을 사랑하고, 쓰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 마음이 본문 구석구석 엿보였다. 그것은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는 그녀의 열정이었다.     


누군가 묻는다. 당신은 무슨 일을 하는데요. 글을 써요. 왜 그렇게 까지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마음으로 조그맣게 중얼거릴 뿐.
그렇게라도 쓰고 싶어서요.
-「걷지 못하고 멈춰 서는 날들」中     


 그녀는 항상 바빴다. 더구나 ‘엄마작가’로 육아를 병행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글에 욕심도 있다. 무던히도 애쓰고 단련하는 모습이 그려져서 나도 모르게 그녀를 응원하고 있었다. “‘아름답고 훌륭하게’ 잘 쓰는 게 아니라 ‘유감없이 충분하게’ 잘 쓰고 싶다. 기능 말고 마음으로, 타인의 평가 말고 나만의 중심을 지키며 잘 써보고 싶다.”(「계속 쓰는 마음」) 본문 중에 불쑥 그녀의 열정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다. 그 열정의 부피가 부러웠다. 열정이 있는 사람 주위에는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질투의 마음에 가끔 내 마음이 다치기도 한다.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작품이 근거 없이 나쁘게 평가되는 악플에는 상처도 받는다. 그것은 그녀를 힘들게 했다. “잘 쓰지 못했다는 조바심은, 잘 살지 못했다는 두려움으로 번져 마음을 괴롭힌다.”(「악플에 대처하는 작가의 태도」) 에세이는 삶을 활자로 옮겨놓은 장르이다. 그래서 더 악플에 예민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역시나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자기 자신을 아낄 완고한 고집”으로.     


 그녀가 에세이스트여야만 하는 이유는 그녀의 삶에 있었다. 영혼마저 기록하고 싶은 그녀의 바람이었을까. A4에 빗대어 영혼을 수식하는 부분에서 ‘천상작가’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      


 저마다의 영혼에게 21그램은 어떤 무게로 환산될까.
나에겐 A4용지 네 장의 무게로 남는다.
빈 종이 네 장에 기록해서 가져가고 싶은 삶의 기억,
나는 그걸 ‘21그램의 기억’이라고 부른다.
-「21그램의 기억만을 남긴다면」中     


 영혼의 무게 그리고 내 삶을 기록한 21그램. 읽을수록 그녀의 삶이 궁금해졌다. 문득문득, 그녀의 고단한 인생을 기록한 내용이 내 마음에 왔다가 다시 사라졌다. 책을 덮을 때까지 그 울림은 반복됐다. 이제 그녀의 전작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를 읽어봐야 할 차례인 것 같다. 그녀의 내밀한 삶이 조금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한 작가의 작품을 보면 그만의 글 향기가 있다. 그녀의 글 향기는 ‘일랑일랑’이다. 글로 힐링이 되는, 꽃 중에서도 꽃. 앞으로도 더욱더 그녀의 인생에 힐링의 향이 있는 꽃이 피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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