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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Nov 18. 2022

독서의 기회

11월

  나는 지금 병가 중이다. 자궁경부선암 수술을 받기 위해 한 달 병가를 제출했다. 다행스럽게도 암은 초기였고, 수술도 무사히 끝났다. 실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점만 빼면 불편함이나 통증도 없다. 무급이긴 하지만 공으로 쉬는 기분이다. 다시 돌아갈 일터가 있다는 것도 아쉬움 없이 부담 없이 쉴 수 있게 했다. 수술을 마치고 보름이 지났다. 그리고 4권의 책을 읽었다. 허투루 읽지 않기 위해 독서기록을 남기기로 했고 그 작업은 브런치에 고스란히 옮겨지고 있다.


 책을 깨끗이 읽는 것이 책을 사랑하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종이가 세월을 머금고 바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접히거나 구겨지거나 낙서가 되는 걸 원치 않았다. 깨끗한 책만 책장에 꽂히길 바랐다. 마치 강박처럼. 그런데 책을 잘 읽으려다 보니 책에 줄을 긋게 되고, 마음에 새기려다 보니 줄 사이에 내 생각을 쓰게 되고 그러다 보니 책이 지저분해졌다. 그렇게 책은 진짜 내 것이 되었다.


 어제, 오늘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책은 내 생각이 투영된 만큼 수많은 줄이 그어졌고 내 마음도 새겨졌다. 그리고 그 마음을 머리로 다시 기억하며 서평을 기록한다. 11월에 찾아온 독서의 기회는 독서하는 방법을 바꿔놓았다. 무척, 마음에 든다. 책이 내 것이 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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