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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Nov 25. 2022

그때 내 무대

뮤지컬 앙상블

 병가를 일주일 남긴 시점.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궁리하던 차에 책을 덮고 뮤지컬을 보기로 했다. 난 소싯적에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했던 뮤지컬 앙상블이었다. 그래서 내가 뮤지컬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화려한 무대 뒤로 숨 가쁘게 움직이는 배우와 어둠 속에서도 정확하게 배치되는 소품들 그리고 또 다른 무대까지. 그 뒷모습을 잘 알고 있기에 뮤지컬을 관람할 때면 무대의 움직임과 배우들의 의상에 더 관심이 쏠린다.      


 ‘그 짧은 시간에 프랑스풍 드레스를 어찌 갈아입었을까.’     


 정신없이 돌아가는 무대 뒤가 머릿속에 그려져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기도 한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했던 뮤지컬은 어린이 뮤지컬이었다, 어린이의 눈 호강을 위해서 내 머리에 큰 머리를 뒤집어써야 했고 뮤지컬 특유의 분장도 해야 했으며 바지와 윗옷이 붙어 우주복 같은 의상은 덤이었다. 그런 의상을 입고 쉴 새 없이 무대 위를 휘젓고 남는 건 분장된 얼굴 위를 흐르는 땀뿐이었다. 그 땀은 두꺼운 화장과 함께 녹아들며 눈을 자극했다. 따가웠다. 그렇게 따가운 자극을 견디고 1막이 끝나면 대기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무대 위에서의 동선을 체크했다. 2막이 끝나고 커튼콜이 시작되면 어두운 객석에서 들리는 기립박수가 있었다. 그 소리는 나를 벅차게 했다. 비록 지금 내 기억에 남은 건 ‘극단 동아’라는 소속사 명과 ‘피피오’라는 어린이 창작 뮤지컬 제목이 다지만 그 기억은 내게 아주 값진 경험으로 남아있다. 어쩌면 내가 뮤지컬을 보기 위해 떠나는 이 광역버스 안은 내가 무대 위에 섰던 그때로 돌아가는 타임머신 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라본다. 그때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이 되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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