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리『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수오서재, 2022)를 읽고
숨어 있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시동을 꺼둔 차 안은 냉장도 같았다. 말할 때마다 하얀 입김이 새어 나왔다. 그래도 집보단 나았다. 함께 안전하게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중략) 밝고 포근하고 조용한 눈. 우리는 이글루 같은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눈이 내려서 고마운 새벽이었다. -「사랑이 존재하는 한」 中
“자작나무 같아.”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가만히 얼룩을 바라보는 엄마. 검버섯을 처음 발견했을 때도 엄마는 이렇게 목욕탕에 앉아 있었다고 했다. (중략) 그 모습이 꼭 자작나무 같더라고, 하얀 껍질에 까만 점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자작나무 같더라고 그랬다.「사랑이 존재하는 한」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