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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Nov 25. 2022

소통의 박스

―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 옆 의자, 2022)을 읽고

 김호연 작가의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이미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내가 그의 『불편한 편의점』을 선택한 이유는 한 가지다. 베스트셀러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했다. 특별한 가치관을 전달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가 있지는 않을까, 획기적인 반전이 있는 이야기는 아닐까. 그렇게 나를 이끌게 한 『불편한 편의점』은 수없이 생각하게 하고 계속 읽게 했다. 그것은 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서가 아니라 그의 어휘력이 손에서 책을 뗄 수 없게 하는 마법으로 작용한 것이다. 은유와 비유를 적당히 활용하는 그의 작법은 책을 읽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했고, 가끔 튀어나오는 유머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 속에서도 웃음을 주며 그 이야기와 독자가 가볍게 소통하도록 만들었다. 베스트셀러가 괜히 된 것이 아니었다.     


 『불편한 편의점』의 구성 또한 탁월하다. 3인칭 시점으로 시작했다가 1인칭 시점으로 끝났다. 작품 속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독고”의 심리적 갈등을 독자가 잘 해석할 수 있도록 1인칭 시점을 사용한 것이다. “독고”의 과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지만, 작가는 그것을 이야기 안에 퍼즐처럼 딱 맞게 배치했다. 소설의 구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불편한 편의점』을 통해 또 한 번 배우게 됐다.

     

 본문은 소제목 별로 이야기하는 대상이 다르다. 「산해진미 도시락」에서의 주체가 염영숙이었다면,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에서는 시현이고, 「삼각김밥의 용도」에서는 오선숙이다. 이점이 독자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등장인물의 심리를 더 적극적으로 꿰뚫고 싶은 마음을 잘 이해했다고나 할까.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품의 주요 배경은 편의점이다. 편의점에서 주인공은 삶을 관철하고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안목도 키웠으며, 그 마음에 배려를 심는 것까지 깨닫는다. 그리고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그로 인해 자신의 새 삶을 찾기도 한다. 작가는 ‘노숙자’라는 소재를 이용해 이 모든 것을 책 한 권에 일구어냈다. 우리는 특별한 사람의 일상은 궁금해하지만 공감하지는 못한다. 그것이 그들이 1% 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반면 궁금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을 보면서 공감하고 감동한다. ‘나와 다르지 않음’에 안도하고, ‘나도 다르지 않음’에 위로받는다. 『불편한 편의점』에서 끌어온 “독고”가 노숙자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 소설은 성공했을까. 작가의 탁월한 글맛에 끌려 1위를 석권했을지는 몰라도 우리나라 최하 빈민층이라는 ‘노숙자’에서 얻어지는 연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반전도 만들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책을 덮으면 으레 마음에 잔잔히 물결쳐 오는 무언가가 있다. 어느 책이든 그것이 책을 펴게 하는 마법인데 이 책은 그 물결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물음표를 만들게 했다.      


 뜨거운 국물이 시원하듯 차가운 소주는 따뜻했고,
편의점에 세팅된 수많은 컵라면과 삼각김밥은
매일 새로운 조합을 만들 수 있기에 결코 지겹지 않았다.
「원 플러스 원」 中     


 수많은 이가 오고 가는 서민들의 편의를 위해 생긴 24시 영업점. 그 영업점은 누군가에겐 24시간 찾아갈 수 있는 쉼터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일터가 된다. 때로는 김호연 작가처럼 영감이 되기도 한다. 편의점. 어쩌면 우리의 인생도 불편한 편의점이지 않을까. 꽉 채워지지 않은 진열대와 서로 다른 서로를 마주하는 낯섦이 서민들의 삶과 닮아있어서 더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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