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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kind Mar 30. 2018

홍길동같은 카피

깐느지향 모바일 배너광고 카피에세이

홍길동같은 카피가 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처럼

스펙이나 혜택 기능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하거나 말하고 싶지 않는 카피라인들이 있다.   

오픈마켓으로 성장하고 있는 쇼핑하기에서 요청 준 소재들 중 브랜드과자 기획전. 

이번에 소개할 소재인 이 기획전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어떤 과자도 무조건 990원, 심지어 무료배송. 

쌉니다 싸요, 골라! 골라! 의 전형적인 소재이지만 그렇게 말할수 없는 것이 카피라이터. 

오랜만에 깊은 고민에 빠져본다. 

  

내가 사랑한 레토릭. 4

이질적인 단어끼리 조합하기  


과자 할인전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소재들 중 하나다. 

동네 슈퍼, 편의점, 대형마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기획전이다. 

대개 메시지도 명확하다. 파격할인. 가격파괴. 


우리말에 '싼게 비지떡' 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래서 인지 이렇게 싸게 파는것들을 보게 되면 선뜻 손이 갔다가도 다시 내려놓게 된다.

왠지 모르게 성능과 품질, 브랜드를 의심하게 되는 탓이다. 


요즘 물가로는 천원으로 과자 한 봉지 사기 힘들다. 

990원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싼것을 싸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말하는 순간 저렴하고 질낮은 저가식품, 불량식품 취급을 받을수도 있다. 


가격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소구하는 방향을 포기한다. 

대신 과자라는 것에 집중해 보기로 한다. 

우리 생각보다 시중 마트에서 파는 과자들은 스테디셀러가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릴적부터 먹어온 과자들이 아직도 마트 매대의 중심을 차지한다. 

익숙한 이름의 과자봉지를 열면 저마다의 추억도 한아름씩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한 때 맛있게 먹었던 그때의 그 기억으로 과자를 고르고 

그때로 돌아가 어른들도 아이처럼 과자를 먹는다.      

우리에게 과자를 통해 지난 시절의 즐거운 기억을 다시 꺼내 먹는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생각을 거쳐 가격에 추억이라는 이질적인 단어를 조합해 카피를 써보기로 한다. 


카피의 방향은 과자가 주는 옛기억+가격경쟁력  

카피 운율은 3.4


[그래서 뽑은 최종 카피]

상단 리드카피 : 구체적인 가격경쟁력 전달   

하단 헤드카피 : 가격혜택을 감성적으로 간접 전달    

정중앙 BI : 카카오 쇼핑하기  

노출기간 : 18년 2월 5일-18년 2월 11일 


돈 만원으로 겨우 몇 봉지, 질소를 사면 과자를 준다고 할 정도로 물가가 오르고 인심도 박해졌다.   

어릴때에는 보지못한 수입과자들도 다양하고 저렴하게 살 수 있어졌다. 

새로운 과자도, 맛있는 음식도 넘쳐나지만 오늘 퇴근길 마트에 들러 그 시절 최애과자를 사보자. 

지금 보면 퍽이나 유치한 이름의 과자를 한 봉지 집어들고 피곤을 입에 달고 사는 직장인에서 

온종일 과자를 입에 물고 살던 꼬맹이 시절로 달콤하고 고소한 추억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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