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의 나무 같은 인생 이야기 No.2
한 그루의 나무 같은 인생 이야기
두 번째 나무는 계수나무입니다.
가을에만 나타나는 놀라운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달고나 나무입니다.
가을에 이 나무 아래를 지나면 달큰한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솜사탕을 베어 물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사실, 이 나무는 달에 있는 나무입니다.
추석이 가까워지면 절구질하는 토끼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이 나무는 계수나무입니다.
학명은 Cercidiphyllum japonicum
본래 원산지는 중국입니다.
하지만 학명은 일본의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국가들은 국토뿐만 아니라 나무의 학명까지도 빼앗겼었다는 것을
나무를 통해서 새삼 한 번 더 깨닫게 됩니다.
계수나무는 가을이 되면 잎의 맥아당 때문에 낙엽에서 달큰한 냄새가 납니다.
어릴 적 운동회 할 때면 으레 아이들이 꼬여들던 그 달고나 냄새가 풍겨 나는 수준입니다.
잎은 언뜻 보면 심장이나 파초선 같은 느낌이 납니다.
잎자루에 비해 타원형으로 발달한 잎의 모양이 특징입니다.
이제껏 나무의 낙엽은 울긋불긋 단풍 같은 시각적인 기억이 중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낙엽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또한 저물고 시들어 떨어져 나가는 것에 대한
쓸쓸하고 아쉬운 감상뿐이었습니다.
봄과 가을이 되면 수많은 나무들의 겉모습인 단풍 색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낙엽 앞의 화려함만 보느라 나무의 진짜 모습은 놓치게 됩니다.
가장 화려한 모습을 마지막으로 바닥에 떨어져 저물어버린 것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문득 계수나무처럼 늙어갔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저물어 바닥에 떨어진 뒤에도 달큰한 향기를 내며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는
계수나무처럼 향기롭게 늙어가고 싶어 집니다.
어떤 회사를 다니고, 연봉은 얼마를 벌고, 사는 동네는 어딘지, 타고 있는 차는 무엇인지,
주말에 어딜 가고 무엇을 먹었는지
화려한 겉모습을 위해 사는 것도 좋지만
삶의 향기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기 위해
잘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