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의 나무 같은 인생 이야기. No.1
한 그루의 나무 같은 인생 이야기
첫 번째 나무는 대왕 참나무입니다.
대왕참나무는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던 나무는 아닙니다.
수입된 지 오래되지 않은 참나무 종류 중 하나입니다.
요즘에는 조경수로 많이 심어지고 있는 수종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외국산에 이름도 낯설지만 알고 보면 한국인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나무입니다.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서 당당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야만 했던
역사적인 사진을 모두들 기억하실 겁니다.
외국의 관객들은 금메달리스트의 머리에 씌워진 월계관의 무게를 못 이겨 너무나 감격스러워
고개를 숙였다고 생각했을 그 월계관은 사실 대왕참나무 이파리였다고 합니다.
대개 월계관을 대체하는 나무는 개최국의 대표적인 나무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베를린을 대표하는 나무는 아니지만 대왕참나무는 유럽에서 가로수로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유럽의 대표 수종 중 하나입니다. 그런 이유로 대왕참나무가 월계수를 대체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학명은 Quercus palustris
영문명은 pin oak입니다.
참나무 잎이 핀처럼 뾰족한 것이 특징입니다.
도토리는 마치 공깃돌처럼 작고 뭉뚱 합니다.
한글 이름이 대왕인 데에는 여러 가지 속설이 있습니다.
참나무 중에서 가장 키가 커서 대왕이라 불렀다는 속설과
이 나무를 수입했던 회사 이름이 대왕이라서 대왕참나무라 부르던 것이 굳어졌다는 속설
그리고 뾰족뾰족 튀어나온 이파리 모양이 한자 임금 왕자와 비슷해서 대왕참나무가 되었다는 속설.
손. 기. 정 너무나도 아름다운 본인의 한글 석자 이름과 대한민국을 소리 내어 제대로 불러보지 못한 금메달리스트의 한과 진짜 이름 대신 멋대로 붙여진 이름으로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나무의 운명이 묘하게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얼마나 자주 부르며 살고 있을까요?
또는 내 이름은 남들에게 얼마나 자주 불려지고 있나요?
제 이름 석자 제대로 불려지며 살아간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