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_탄탄대로가 가장 지루해

까스트로헤리스에서 프로미스타(Frómista)까지.

by 마감인간
일관실기 첫 번째 프로젝트는 '발끝따라걷기' 2014년 11월 6일부터 12월 9일까지 스페인 순례길 산티아고길을 33일간 걸었다. 아주 뒤늦게 스페인 팜플로냐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걸으며 썼던 기록을 정리해본다.


아침 7시부터 걸어서 오후 3시에 도착했다. 총 26km를 걸었다.


잠깐// 브런치를 쓰지 않은 지 2주일이 되었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미리 써둔 브런치 제목이 '탄탄대로가 가장 지루해'인데 지난 시간 동안 '탄탄대로'가 참으로 그리웠다. 가끔은 '원래 사는 게 다 그래'라며 수긍하는 게 편할 때가 있지만 때론 무책임한 체념처럼 여겨져 내게 주어진 시간님들에게 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다시 시작//


일기를 다시 훑어보니 이 때 걸으면서 고민이 많았나 보다.


"여기저기를 걷다보니 내가 걸어온 길을 생각하게 됐다. 산티아고길을 걷는 한국인을 두고 누군가 한(恨)이 많은 사람들만 모이는 것 같다고 하던데. 나도 한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뜨끔했다. 그런데 막상 길을 걸으며 돌이켜보니 하고 싶은 대로 살았고 결과도 충분히 누렸다. 다만 하고 싶은 대로 살았는데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건 성공에 대한 의미가 '자신'이 아닌 '타인'을 향했기 때문인 것 같다. 갑작스레 고인이 된 신해철은 당신의 성공에 관심을 두기보다 행복한 지 아닌지를 보라고 하던데. 어쩌면 선택은 자유롭게 해왔을진 몰라도 선택에 대한 평가 척도는 타인의 시선으로 재단된 기준들이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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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의 일기의 끝은

꾸준히 글을 쓰자는 것이었다.

거저 얻어먹는 글 쓰지 말고,

어떠한 노력을 필히 수반해야 하는 글쓰기를 하자고 마음 먹었다.

평평한 길은 아름답지만 평지만 걷는 건 너무 지루해서 걷기가 어렵다.



돌이켜보니


지난주 전 직장 선배와 횟집에서 술을 마셨다. 나는 현재 직장을 다니면서 전 직장 매체에 일주일에 한 번씩 기고를 하고 있다. 선배는 "아직도 쓰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했다.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어요. 제대로 무얼 쓰는 것 같지도 않고"라고 덧붙였다. 선배는 다시 말한다. "뭣 때문에 그렇게 하느냐" 나는 다시 답했다. "모르겠어요. 잘리기 전까진 계속하려고요."


사람이 그렇다. 나도 내가 모르는 속마음을 어쩌다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산티아고길에서 내가 한 맺힌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듯이 폭풍우 같은 지난 열흘 정도를 보내면서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잠을 포기하든, 쉼을 포기하든 달콤함을 넘어서 무언가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원래 사는 게 다 그래'에서 '원래 그렇지도 않았나 봐'라는 작은 불빛을 발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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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알베르게에서 묵었는 지 기억나지 않지만 8유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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